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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홍승완> 삼성, 로마가 될지…나폴레옹이 될지…
애플, 소니, 노키아, LG, 파나소닉, AOU, 샤프, 지멘스, 월풀, 보쉬, 인텔, TSMC….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삼성전자의 경쟁 상대다. 삼성전자가 전자업계 거의 전 부분에서 글로벌 선두권에 오르면서 경쟁해야 할 상대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조차 ‘한 번은 승부를 낼 상대’로 삼성을 꼽는다. 사방이 삼성전자의 적이다.

삼성이 ‘수직계열화’로 무장한 초강력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파트너에 가깝던 회사들조차 태도가 달라졌다. 퀄컴 회장은 얼마 전 삼성의 새 AP인 ‘엑시노스(Exynos) 5 옥타(Octa)’를 두고 ‘쓸데없는 평’을 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구글은 모토롤라를 인수한 뒤 직접 스마트폰을 만들겠다는 낌새다. 안드로이드 OS를 ‘스마트 게임’의 중심으로 끌어올려준 1등 공신이 삼성전자라는 사실은 잊은 모양이다.

최근 삼성이 풀어야 할 숙제로 ‘넓어진 전선’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아졌다.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을 두고 승부를 벌인 애플은 애초부터 삼성의 상대가 아니었다. 애플은 시장 선도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이익 규모와 이익률을 지키는 게 목표인 회사다. 생산경쟁력과 품질을 기반으로 가장 많이 팔아야 하는 삼성과는 입장이 다르다. 앞으로의 경쟁자들은 ‘머리만 가진’ 애플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

삼성은 불굴의 기업이다. 안팎의 수많은 상대와 싸워 이기는 ‘전술적 강인함’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차원이 다른 상대들과 여러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해야 할지 모른다. 무작정 적을 만들기보다는 파트너십과 공생관계를 만드는 슬기가 필요하다. 최소한 그런 척이라도 해서 적을 줄여야 한다.

전선을 넓혀 이긴 사례는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적수가 없던 히틀러는 미국의 참전에 백기를 들었다. 나폴레옹도 결국 러시아와 등을 지면서 천운이 다했다.

‘팍스로마나’를 구가하던 시절의 로마 정도가 답이 될 수 있다. 옥타비아누스는 스스로를 ‘로마 제1의 시민’이라 낮춰 불렀고, 각 점령지는 로마의 친구로 대접받았다. ‘로마가 될지, 나폴레옹이 될지’ 삼성이 답을 내놔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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