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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 불황여파 3년만기-1년만기상품 이자 거의 동일…정기예금 이탈 현상 가속화
저금리와 불황이 금리 상식을 깨뜨리고 있다. 금리 인하 기조에 불황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은행들이 2, 3년 이상 장기예금 금리를 1년 예금 금리 수준으로 묶어두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동일 예금상품의 3년만기 금리와 1년만기 금리를 유사하게 책정하고 있다.

이날 현재 ‘하나은행 e-플러스 정기예금’은 1년, 2년, 3년 만기 금리가 연 3.2%로 같다. ‘신한월복리 정기예금’도 1, 2, 3년 만기 금리가 연 3.1%로 동일하며 ‘우리은행 정기예금’의 경우 만기 3년에서 5년까지 연 2.8%로 동일한 예금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대체로 6개월 만기 이전엔 1%대 후반의 금리를 주다가 1년만기 시에는 2% 후반에서 3% 초반으로 금리를 올린 뒤 이후에는 거의 동일한 금리를 고객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3년 만기 시 금리를 다소 높여주는 예금도 동일 상품의 1, 2년 만기 고객에게 쥐어주는 금리차이는 0.1~0.2%포인트에 불과하다.

그나마 3년 이상 장기간 가입할 수 있는 상품도 많지 않다. 현재 은행들이 판매하고 있는 정기예금 상품의 상당수는 만기가 1년으로 제한돼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부터 고착화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올 1월 기준금리는 연 2.75%로 동결됐지만 적어도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가량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높은 금리를 줘가며 정기예금을 유치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대출 수요가 낮아지고 있는 것도 금리 상식 파괴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높은 금리를 주면서 목돈을 쥐고 있는 것은 은행들에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일한 성격의 상품을 기준으로 전반적으로 1년 만기와 3년 만기 상품의 금리가 거의 유사한 상황”이라며 “전반적인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이 장기간 예금을 해도 별다른 혜택을 못받게 되자 예금 이탈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556조4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0조6000억원 줄어들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만기가 상대적으로 긴 예금 비중이 높았지만 지난해 7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단기 상품을 찾는 개인 고객들이 많아졌다”며 “예금 만기가 짧아짐에 따라 자금도 수시로 이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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