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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10원하던 라면 이젠 2000원 코앞…반세기 서민물가의 바로미터
라면값 변천사
삼양라면 50년새 78배나 상승
“짜장면도 5000원하는 세상인데…”
급속한 고가화에도 인기 상한가

1800원 ‘호면당’·1500원 ‘신라면 블랙’ 등
고가전략 상품도 잇달아 출시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의 기호식품으로 자리매김한 라면이 국내에 등장한 지 올해로 꼭 50년이 됐다. 국내 1호 라면은 1963년 9월 15일 삼양식품이 개발한 ‘삼양라면’이다. 출시 당시 중량 100g이던 ‘삼양라면’은 10원짜리 가격표를 달고 식료품점에 판매됐다.

하지만 10원짜리 라면은 매년 인상 행진을 거듭하더니 급기야 2000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라면값이 오르면 과자나 빵 등도 덩달아 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소비자단체 일각에선 라면이 고물가를 주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종종 나오고 있다. 


실제 라면은 해마다 널뛰기하듯 올랐다. ‘삼양라면’은 소맥분과 우지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1970년 개당 20원으로 올랐고, 1978년엔 50원, 1981년엔 100원으로 뛰었다. 요즘엔 780원을 줘야 살 수 있게 됐다. 50년 만에 78배나 오른 셈이다. 1986년 200원에 출시됐던 대한민국 대표라면 농심의 ‘신라면’도 삼양라면과 같은 780원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다.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몇몇 고가 라면은 가격이 이보다 훨씬 비싸다. 요즘 농심의 ‘신라면 블랙’은 개당 1500원에 팔리고 있다. 이에 앞서 ‘신라면 블랙’은 2011년 1600원짜리로 선보였으나 출시 직후 편법 가격인상이라는 비난이 쇄도하자 시판 4개월 만에 생산중단한 제품이다. 삼양식품의 ‘호면당’은 이보다 더 비싼 1800원이다. 단순히 최고가 라면값만 보면 라면값 상승폭은 최고 180배에 달하는 셈이다. 삼양식품은 ‘호면당’ 판매 채널을 이마트 등 일부 대형마트와 편의점, 백화점에 국한하는 등 고가의 판매전략을 펼치고 있다. 물론 팔도, 풀무원 등 다른 라면업체도 줄줄이 값비싼 라면 출시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해마다 오르는 라면값은 결국 법의 심판대까지 올랐다. 공정위가 농심 삼양식품 등 라면 4사를 가격담합으로 적발하고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자 농심이 이에 불복해 법정 소송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공정위가 농심을 비롯한 라면 4사가 라면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농심 1077억6500만원, 삼양식품 116억1400만원, 오뚜기 97억5900억원, 한국야쿠르트 62억7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분식점에서 팔리는 라면 요리도 오름폭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1960년 초반 분식점에서 한 그릇에 30원가량 하던 라면 요리가 2500원에서 최고 3000원을 줘야 먹을 수 있게 됐다. 인상폭이 최고 100배에 달한다. 한 그릇에 최고 1만5000원 하는 일본 라면까지 포함한다면 인상폭은 더 커진다. 이에 대해 라면업계의 한 관계자는 “짜장면도 5000원 하는 요즘 1000~2000원 안팎하는 라면값을 비싸다고 말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라면의 급속한 고가화에도 불구하고 인기는 연일 상한가다. 자칭 ‘라면 마니아’라는 김민석(23ㆍ가명) 씨는 “1주일에 3~4회 정도 라면을 끓여 먹는다”며 “색다른 맛을 생각나거나 간식이 필요할 때 먹는 라면이라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크게 구애받지 않고 사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라면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동안 짜장면이나 쌀값, 교통요금 등은 어떻게 변했을까. 라면만큼은 아니라도 오름폭은 꽤 큰 편이다. 실제 1963년 한 그릇에 20~30원 하던 자장면은 이보다 250배가량 비싼 4500~5000원을 줘야 먹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주식인 쌀도 1963년 80㎏ 한 가마에 3000원에서 1972년에는 1만원, 올해는 18만~20만원 안팎을 줘야 한다. 쌀값 인상폭이 60~70배다. 서민이 즐겨 이용하는 대중교통 요금도 그 새 많이 인상됐다. 1965년 8원이던 시내버스 요금은 1980년대 200원 미만을 유지했지만 지난해부터는 1150원으로 바뀌었다. 담배도 1963년 최고급 담배(파고다) 한 갑이 50원 했지만 올해는 5000원(보헴 시가마스터)으로 100배나 높아졌다.

이뿐 아니다. 비슷한 기간 영화 관람료는 21.3배, 대중목욕탕 요금은 28.9배가 올랐다. 고구마(52.9배), 갈치(49.7배), 마른멸치(28배), 국내산 쇠고기(25.1배), 달걀(8.0배), 맥주(3.9배), 닭고기(6.0배) 등도 적게는 3.9배에서 많게는 53배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라면보다는 크지 않아도 짜장면, 담배, 맥주 등과 같은 생필품도 반 세기 동안 수십배씩 가격이 오르며 고물가 행렬에 동참한 셈이다. 

최남주 기자/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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