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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나갈때 돌아가는 홍명보…‘히딩크 마법’ 직접 배운다
런던올림픽 동메달 지도력 인정
차기 대표팀 감독 거론 불구
옛 스승 찾아 배움의 길로

“유럽축구 배울 마지막 기회”
러시아 안지서 5개월 연수 전념



홍명보(44·사진) 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0일 러시아 명문클럽 안지 마하치칼라 연수를 위해 떠났다. 안지는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쓴 거스 히딩크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는 팀이다.

그가 멀리 타국으로 떠나야할 이유는 단 하나, 배움이다. 홍 전 감독은 “지금까지의 경험만으로도 어느 팀에서든 잘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더 발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홍 전 감독은 안지와 정식으로 계약한 코치는 아니지만 오는 5월까지 히딩크 감독 아래에서 코칭스태프와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그라운드 안팎의 유럽 클럽 코칭 시스템을 익히게 된다. “유럽에서 배울 기회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시즌 도중 외부인이 코치로 들어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한국 축구에 대한 무한 애정을 갖고 있는 히딩크 감독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홍 전 감독은 일단 안지의 전지훈련장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합류한 뒤 다음달 14일 하노버96(독일)과 유로파리그 32강전부터 본격적으로 팀과 동행한다. 안지는 사뮈엘 에토오, 유리 지르코프 등 정상급 선수들이 포진한 강팀으로 리그에서 CSKA 모스크바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홍 전 감독으로선 러시아 리그뿐 아니라 유럽 각 리그의 강팀이 진검승부를 벌이는 유로파리그까지 단시간에 경험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그렇기에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가 선정한 ‘2012년 세계 최고 대표팀 감독’ 부문 15위에 오른 ‘대표팀 감독’에서 평범한 ‘클럽 코치’로 스스로 신분을 낮춘 것쯤은 홍 전 감독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홍 전 감독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간다”고 말했다. 올림픽 출전 사상 최초로 한국 축구에 메달을 선사하며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올랐지만 그의 도전은 멈출 생각이 없다. 그에게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다.

남보다 작은 체구 탓에 고등학교 시절까지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홍 전 감독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1992년 포항에 입단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데뷔 첫해 K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처음으로 신인 선수가 최우수선수(MVP)를 받기도 했다. K리그를 평정한 뒤엔 일본 J리그로 건너가 1999년 역시 리그 정상에 올랐다. 1994미국월드컵부터 2002한일월드컵까지 이어진 그의 월드컵 도전사는 곧 한국 축구의 역사가 됐다.

2004년 현역 선수에서 은퇴한 것도 마침표가 아니었다. 그는 지도자로 새 인생을 써내려갔다. 2006독일월드컵 대표팀 코치로 합류한 홍 전 감독은 2008베이징올림픽 코치를 거쳐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성공시대를 준비했다. 구자철, 김보경 등이 이때 홍 전 감독이 발굴한 한국 축구의 미래다. 홍 전 감독은 이들과 함께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에서 18년 만에 8강에 올랐다. 아시안컵에서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3위에 오른 홍 감독은 마침내 런던에서 대역사를 이뤘다. 그의 축구 인생에서 거둔 모든 영광은 모두 내일을 밝히기 위해 빛나는 듯 보인다.

홍 전 감독이 클럽 운영까지 경험하면 남은 것은 단 하나,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다. 모든 축구인이라면 꿈꿔봤을 최고의 권좌다. 현재 A대표팀을 맡고 있는 최강희 감독은 오는 6월 월드컵 최종예선이 끝나면 지휘봉을 내려놓을 것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뒤를 이어 홍 전 감독이 감독직에 오르길 바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홍명보 차기 감독설’에 무게를 실었다.

자연히 시선은 5월에 돌아올 홍 전 감독에게 쏠린다. 그러나 홍 전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 얘기만 나오면 손사레를 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3월부터 브라질행 명운이 걸린 최종예선에 혼선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이 크다. 최 감독에 대한 예의도 지켜야 한다. 홍 전 감독은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주변에서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겸손하지만 분명히 뜻을 밝혔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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