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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박영상> 특기생 부정 입학 엄벌해야
다사다난(多事多難)은 세밑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하루하루는 그냥 지낸 것 같은데 한 해를 마감하면서 뒤돌아보면 일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며칠 전 어느 방송이 선정한 올해 스포츠 10대 뉴스를 보면서 불현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런던올림픽에서 5위, 신아람 선수의 멈춘 1초, 손연재의 체조 요정 등극, 프로야구 700만 관중 동원 등 뿌듯하고 흐뭇한 감동적인 순간의 연속이었다. 반면 정리하고 척결해야 할 일도 많았다. 프로축구에 이어 프로야구, 프로배구에서 승부조작 사건, 대학 야구 감독들의 스포츠 특기생 부정 입학 사건이 그것이다.

대통령 선거 보도로 파묻혔지만 체육특기생 대학 부정 입학 사건은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 가장 투명하고 정직해야 할 대학, 정정당당과 호연지기를 기르는 스포츠가 사술(詐術)과 기만으로 그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사건이란 생각 때문이다. 흔히 일어났던 일이라거나 관행적인 일이라고 치부하고, 보이는 부분만 손질하고 넘어 가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건 안 된다.

이런 일이 우리에게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미국도 대학 간 경기에서 승부 조작이나 부정 선수 출전 사건이 있었고 일본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하지만 그들이 일을 처리하는 방법은 우리와는 달랐다.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옹골찬 의지와 용기가 사후 처리의 뼈대를 이루었다.

대증적으로 대충 덮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뿌리를 도려내는 발본색원(拔本塞源)의 태도가 시작이고 끝이었다.

건전한 대학 스포츠 풍토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는 미국대학스포츠위원회(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는 선수의 자격조건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정규 고교 졸업생이지만 영어, 수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이수해야 하고 학업능력시험(SAT) 성적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야 하며 성적도 좋아야 한다. 요컨대 학생으로서 기본 소양을 갖춘 후 스포츠 선수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정 수준의 성적을 유지하지 못하면 선수 자격을 박탈하는 등 학생으로서의 자격을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NCAA는 암행어사처럼 불시에 대학을 방문해서 규정대로 선수를 선발하고 규정대로 강의실에 들어가고 연습을 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점검한다. 위반 사항이 드러나면 그 벌칙은 가혹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출중한 팀이라도 규칙을 어기면 몇 년 동안 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등 그야말로 추상같다. 이런 방법으로 새는 부분을 하나씩 메우고 고치면서 150여년을 건전한 대학 스포츠 경기를, 나아가서 건전한 스포츠 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가고 있다. 깊이 반성하고 생각해 볼 일이다.

이번 일을 감독이나 코치 등 당사자의 비리로 가볍게 처리해서는 안 된다. 입학한 학생, 학부모, 관련 대학에 대해서도 무거운 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염돼서는 안되는 대학, 부정과 비리가 손톱만큼이라도 용납되지 않는 스포츠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이 필요하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바로 잡을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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