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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벽함 추구하는 세상이 청소년 섭식장애로 내몰아
최근 톱모델 이사벨 카로가 거식증으로 사망하면서 섭식장애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섭식장애로 고통받는 청소년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김율리 인제대 서울백병원 섭식장애클리닉 교수(사진)는 “우리 사회가 저체중을 주위의 선망을 받는 수단 또는 스스로를 근사한 사람이나 자기 조절에 성공한 사람이라 느끼게끔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취지향적이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추구하는 분위기 역시 좌절감을 맛보고 궁지에 몰린 청소년들을 거식증으로 도피하게 만든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청소년 시기는 뇌발달이 이뤄지는 가장 결정적인 시기로 이 시기에 거식증 같은 섭식장애를 경험하면 회복 후에도 큰 후유증이 남는다”고 말했다. 다른 질환과 달리 섭식장애는 영양실조가 필연적으로 따라붙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제때 성장을 하지 못하게 되면 나중에 섭식장애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성인이 된 뒤에 생각이 경직돼 있다든가 쉽게 감정조절이 안되는 등 후유증을 남긴다”고 설명했다. 몸이 안 자라는 것도 문제지만 마음도 자라지 않는 셈이다.

김 교수는 “먹은 음식을 뱉거나 토하는 건 음식을 씹고 소화시키는 과정을 역류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식욕이나 이를 관장하는 식욕중추, 소화를 관장하는 소화중추 등이 일대 교란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쥐를 대상으로 구토 모델을 만들어 실험한 결과 뇌의 식욕조절 기능이 와해돼 배가 언제 고픈지, 부른지 느끼지 못하며 시상하부 기능 자체가 교란이 일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화기관과 뇌의 섬세한 회로기관이 와해돼 식사나 식욕을 조절하는 기능 자체가 망가져 버린 것이다.

김 교수는 가족과 학교의 역할을 강조한다. 일찍이 섭식장애 문제를 깊이 연구해온 영국과 독일 등 선진국에선 선생님과 부모가 면밀히 아이를 관찰해 잘못된 태도가 나타나면 즉각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에 돌입한다. 또 아이들이 비만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비만 예방 교육을 할 때 동시에 섭식장애에 대한 교육도 함께 시킨다. 김 교수는 “성장기 어린 아이들은 비만과 섭식장애를 함께 예방할 수 있는 건강한 식생활 교육이 필요한 시기”라며 사회적 각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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