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섭식장애...체형변화 두려움으로 인한 행동장애
살기 위해 먹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먹기 위해 살기도 한다. 온갖 수고를 마다않고 맛집을 찾고 더 풍미 가득한 음식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공상과학 소설에 등장한 알약 캡슐은 일반인의 입장에선 완전히 틀렸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먹는 것 자체가 고통이고 두려움인 섭식장애 환자들이다. 마음의 병에서 시작한 섭식장애는 영양실조가 같이 오면서 몸까지 순식간에 망가뜨린다.

▶먹는 게 두려운 섭식장애 = 섭식장애는 먹는 행동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 거식증, 폭식증, 대식증 등은 모두 섭식장애의 일종으로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을 비논리적으로 두려워하는 상태다. 체형이 변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날씬함을 추구해 자신이 실제보다 살이 찐 것으로 왜곡해 받아들여 식사 행동에 장애가 초래되는 것이다. 또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마음이 괴로운 상황을 겪으면 체중이나 체형을 통해 이를 극복하거나 도피하려고 집착한다. 거식증의 경우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사망률이 10%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섭식장애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데, 유전적인 원인이 50%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 어렸을 때 쉽게 불안해한다든가, 완벽주의적이라든가 하는 일련의 성향도 영향을 끼친다. 자기 자신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체중을 선택하는 것이다. 또 병에 걸리기 직전이라든가 그 무렵에 스트레스나 심적 어려움을 초래하는 상황을 겪는 것도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

통상 섭식장애는 신체 변화를 겪기 시작하는 사춘기 때 나타나는데 아직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에 대중매체나 주변으로부터 의식적ㆍ무의식적으로 저체중에 대한 가치와 태도가 주입되면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에 방아쇠를 당기게 된다. 

스웨덴 국립 섭식장애 지원센터가 제작한 캠페인 장면. 실제로 굉장히 말랐음에도 거울 속 자신을 뚱뚱하다고 착각해 다이어트 집착하게 되면 섭식장애를 겪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발견 여러워 = 섭식장애는 상당 부분 비밀스럽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섭식장애에 대한 인식이 낮아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도 일련의 문제를 질환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환자 자신은 섭식장애 상태를 마음 편하게 여기고 자연스럽게 느끼는 경우도 있다.

자녀의 체중이 준 것 같다거나 함께 식사하기를 꺼린다면 섭식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살찌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쌀밥이나 육류를 기피하는 대신 채소나 과일 등 칼로리가 적은 음식에 집착한다. 그런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칼로리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지나칠 정도로 많이 움직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면서도 일부 환자는 몰래 폭식을 한다. 식욕이 본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라와 조절을 못하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있던 음식이 사라진다거나 방에서 음식물 봉지나 쓰레기가 나왔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이렇게 폭식을 하면 곧 구토를 해 음식물을 없애려 한다. 변비약 역시 같은 수단이다. 밤에도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거나 식사 후 곧장 화장실에 들어가 오래 머물면 섭식장애가 아닌지 따져보는 게 좋다.

또 영양실조로 인해 기분이 저조해질 수 있으며 성마른 성격으로 변한다거나 쉽게 짜증을 내고 우는 것도 섭식장애를 의심케하는 증상들이다.



▶치료 후에도 긴장 늦추지 말아야 = 섭식장애 가운데서도 거식증은 조기에 치료를 할수록 회복 성공률이 높다. 거식증이 무서운 건 쉽게 습관화가 되기 때문이다. 습관화가 된다는 건 뇌가 고착화돼 그 패턴에 익숙해진 다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자녀가 섭식장애가 의심되면 다른 가족들과 상의해야 한다. 어머니가 그렇게 느꼈다면 아버지도 그런지 정보를 나누고, 일주일 정도 유심히 관찰을 한 뒤 정말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서면 조심스럽게 자녀에게 우려를 표하고 현재 상태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 섣불리 심증만으로 아이를 다그치지 말고 변비약 봉지나 구토의 흔적 등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해서 자녀를 설득해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치료는 우선 심한 저체중이라면 정상체중으로 돌려놓는 게 일차 목표다. 그 다음에 정상적인 식사습관을 회복하는 것을 돕는다. 이후 체중이나 체형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마음의 어려움을 그런 집착으로 해결하려 했던 심리 상태를 회복시키는 것까지가 목표다. 보통 여성의 경우 정상 체중을 회복하고 몸의 호르몬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돼 생리가 돌아오면 완치됐다고 본다. 그렇지만 음식, 체중 등에 갖고 있던 비정상적인 태도를 완전히 떨쳐내긴 어렵다. 재발 위험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완치 후에도 재발 위험신호가 포착되면 즉각 병원을 찾아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당사자가 섭식장애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동기와 의지다. 극단적인 경우 환자의 의사에 반해 튜브나 주사로 음식물을 공급하지만 한계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의지란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해당하는 것으로, 치료를 외면한 채 의지만으로 극복하길 바라는 건 병을 키우는 길이다.

김율리 인제대 서울백병원 섭식장애클리닉 교수는 “섭식장애는 정신질환인 동시에 영양실조 같은 내과적 치료도 함께 필요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운 건 분명하지만 적합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다면 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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