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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 박인호> ‘시원하게(?) 겨울나기’
우리 집 복슬이(진돗개)의 잠 습관은 정말 독특하다. 강원 산골의 엄동설한에도 자기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생활한다. 눈비만 가려주면 자기 몸을 앉힐 수 있을 만큼의 흙을 파낸 다음 그리로 들어가 잔뜩 웅크린 채 잔다.

자세히 보면 본능적으로 자기 몸을 스스로 보온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파놓은 구덩이에 자기 몸을 맞춰 추위에 약한 배 부위를 완전히 감싼다. 몸의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 그런 다음 노출되는 콧등은 몸에 틀어박고 잔다.

최저 영하 27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에도 복슬이는 늘 이렇게 겨울을 넘겨왔다. 그런데 왜 밖에서만 자는 걸까? 아마도 밖에서, 땅 위에서 자는 게 플라스틱 개집안보다 더 편하고 몸에도 좋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도시생활을 내려놓고 강원도 홍천 산골에 전원둥지를 튼 필자 가족의 세 번째 겨울나기 또한 이런 복슬이의 ‘쥔님’답게 조금 유별나다. 필자의 집은 한겨울 실내온도를 영상 7~13도 정도로 유지한다. 동파 방지와 습도 제거를 위한 최소한의 난방만 한다.

이런 우리 가족을 보고 손님들은 물론 동네 주민들까지 “왜 이렇게 춥게 사느냐”고 혀를 끌끌 찬다. 이에 필자는 웃으면서 “난방비도 절감되고 건강에도 좋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실제 기름보일러인 필자의 집은 연간 난방용 기름 사용량이 3~3.5드럼(1드럼=200ℓ, 26만6000원)에 불과하다. 보통 시골집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실내 온도를 낮추는 대신 몸은 철저하게 보온한다. 내복은 기본이고 그 위에 인조양털 덧옷과 군인들의 동계용 ‘깔깔이’를 덧입는다. 또 잠을 잘 때는 보온매트가 깔린 침대나 매트리스 위에 침낭과 두터운 이불을 펼쳐놓고, 먼저 바닥을 따뜻하게 데운 다음 전기를 끄고 침낭 속에 들어간다. 이렇게 하면 몸은 전혀 춥지 않다. 이때 창문을 조금 열어 차고 깨끗한 바깥 공기(산소)를 실내로 끌어들인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와 몸이 아주 맑고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건강법을 저온수면법이라고 한다. 사람의 몸은 잠을 자는 사이 휴식과 회복이 되는데, 산소 공급이 잘되어야 백혈구 활동이 왕성해지고 면역력이 강화된다. 산소를 받아들이는 기관인 폐의 폐포는 피부의 모공과는 반대로 찬 공기일 때 열리고 더운 공기일 때 닫힌다. 따라서 밀폐된 더운 실내는 이런 폐포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반대로 실내 온도가 낮으면 몸의 천연치료제인 깨끗한 공기(산소)를 맘껏 공급받아 좋은 피가 만들어진다.

정부가 지난 3일부터 대형건물의 실내온도를 20도 이하로, 공공기관은 18도 이하로 제한하는 등 에너지사용제한 조치에 들어갔다고 한다. 전력 대란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아파트 실내에서 반팔로 생활하던 이들은 너무 춥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 가족의 경험으로 보자면 결코 춥지 않다. 겨울답게 많이 입고 생활하면 된다. 건강에 좋고 가계 난방비도 줄이고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면 일석삼조다. 매년 피할 수 없는 겨울, 차라리 시원하게(?)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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