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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경제민주화? 아니, ‘국회 민주화’ 부터
김영상 산업부 재계팀장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는 대통령 선거에서 자진 사퇴했지만, 몇가지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그 중 하나가 국회에 대한 것이다. 그는 국회의원 숫자부터 줄여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이 쇄신을 향한 변화 의지를 갖고 그것을 먼저 실천때 사회 전분야의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재계에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면 반발을 무마하고 공조를 이끌어내는 것은 정치권이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하는 모습일 것이라는 행간이 담겨 있다. 이는 대선정국에서의 19대 국회 권력이 ‘무소불위’로 치닫고 있음을 경계한 말이기도 하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이를 공감한다.

최근 국회가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기관으로 부각되고 있음에도 이를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이 없고 자체적으로 규율하는 규정도 전혀 없다는 게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법안 심의 과정에서의 파행이 거론된다. 해당 상임위에서 법안을 논의할 때 단순히 표 만을 의식, 문제점이나 부작용 등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상태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경우가 여러차례 등장했다. 청년고용특별법, 택시에 대한 대중교통 인정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청년고용특별법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공공기관의 방만한 인력운용이나 인건비 과다 지출 등의 문제점을 들어 반대를 했는데도, 공공기관에 대한 3%의 청년고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가 ‘의원의 국익 우선 의무’를 망각하고, ‘치적 홍보’에 급급해 사실을 호도하거나 왜곡하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해 국익에 손해를 끼치거나 사회적 혼란 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벤조피렌 관련 사건의 경우엔 식약청이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판명하였음에도 국회의원이 자존심을 앞세워 국정감사 시 식약청장을 압박, 국익에 심대한 손상을 끼쳤다는 게 중론이다.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은 분명 경계해야할 것이지만, 농심 너구리에 포함된 벤조피렌 수치가 삼겹살 1인분을 구울 때 나오는 양의 1만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국회의 ‘건수 올리기’ 작전에 활용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앞서 국회가 청문회를 통해 대기업 오너를 불러 한번 혼내주자는 의도로 연례행사인 ‘기업인 줄소환’령을 발동한 것도 새국회에 대한 기대감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이같은 국회 무소불위 행태의 밑바탕엔 대선정국을 의식한 포퓰리즘 공세가빼곡히 깔려 있다. 최소한 재계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표를 의식한 국회의 경제민주화 압박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불리한 쪽일수록 뒷감당은 생각지 않고, 시선을 끄는 충격적인 법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글로벌경제위기 속에 일자리창출, 나아가 경제살리기가 숙제인 상황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일이다.

재계도 기업과 오너가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점진적 경제민주화 실천은 당위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지만 권력기관인 국회가 오만의 모습을 벗지 않고 일방적 압력을 가하는 상황은 수긍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려면 국회부터 민주화를 해야 한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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