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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윤정식> 정부 한심한 원전 위기대응 매뉴얼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당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일본의 안이한 위기 대응 인식을 꼬집은 보도가 있었다.

원전 관리업체였던 도쿄전력의 ‘원전 위기 대응 매뉴얼’을 분석한 결과, “위기가 발생하면 후쿠시마 현내 17개 기관에 팩스를 보내고 팩스를 수신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정도의 비상연락망이 핵심이었고, 자위대와 미군, 도쿄소방청 등 협조해야 할 기관에 관한 참고 내용은 아예 없었다”는 것이었다. ‘안전’을 지상과제로 삼는 일본인데, 원전에 대해 이 정도밖에 준비가 없었을까 하는 의심이 제기됐지만 이게 현실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원전은 위기 대응 매뉴얼이 어떻게 짜여 있을까?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 원전과 한국수력원자력 지식경제부 소방방재청 등 원전 관련기관에서 비상연락망에 따라 팩스로 수신 점검을 하는 게 위기 대응의 거의 전부다. 고장ㆍ사고 기관에서 팩스를 보내면 이를 수신한 곳에서 재송신하는 간단한 과정이다.

현장 근무자끼리는 평소에도 1주일에 한 번꼴로 이런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지만 사고가 워낙 자주 일어나 실제 상황과 가상의 비상연락망 점검이 교차되는 일이 많아져 무감각해졌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다.

올 들어 지금까지 원전이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 횟수는 모두 9차례. 이로 인한 가동 중단일 수는 총 58일이다. 아직 겨울철 전력 피크 시즌이 남은 상황이라 남은 기간에 추가 고장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당장 지난 4일 오전 0시49분 신고리 원전 1, 2호기(가압경수로형, 1000㎿급)가 발전기 출력을 낮췄었다. 전력 송출을 위한 송전선로에 연결된 외부 변전소 기기 결함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자칫 또 고장 정지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원전이 싼값의 효율성 높은 전력원임은 다들 인정한다. 때문에 앞으로도 원전은 계속 늘린다고 한다. 자연스레 고장 횟수도 늘어날 것이다. 근본적인 고장 예방 대책이 나오지 않은 채 비상연락망만 돌리는 체제로는 원전에 대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불안한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불안한 마음으로 팩스만 쳐다보는 공무원을 양산하기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때다. y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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