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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품 거리로 전락한 ‘문화의 거리’ 인사동
전통상점보다 화장품 가게 즐비
외국 관광객들 실망 발길 돌려


“여기가 인사동인가요, 명동인가요?” 서울 종로구 인사동을 찾은 전차희(28ㆍ여ㆍ회사원) 씨는 즐비하게 늘어선 화장품가게를 보고 어리둥절했다. 대표적 한국의 전통문화 특화지역인 인사동을 찾았지만 전통물품ㆍ조각품 등 한국 문화와 관련된 가게들보다는 ‘○○’ ‘×××’ 등의 간판을 내건 화장품가게들이 더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2가에서 안국동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인사ㆍ낙원동 일대는 지난 2002년 전국 처음으로 문화지구로 지정된, 대표적인 전통거리다.

하지만 인사동 거리는 현재 ‘전통문화의 거리’란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화장품매장은 물론, 커피전문점과 최신 유행 옷 등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서울시는 2002년 ‘서울시 문화지구 관리 및 육성에 관한 조례’를 지정하고 인사동의 문화관광성을 높이기 위해 단란주점ㆍ의류잡화점 등 금지 업종(비권장 업종)을 지정했다. 하지만 이미 개업한 업소에 대해서는 막을 방법이 없고, 금지 업종에 포함되지 않는 화장품가게ㆍ마사지업소 등 비문화업소들이 속속 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이곳을 찾아 한국의 전통문화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은 실망한 채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김명혜(42ㆍ여) 씨는 “인사동 거리에서만 볼 수 있는 가게ㆍ문화 등을 기대하고 부산에서 올라왔지만 화장품가게ㆍ커피전문점 등을 보니 대체 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외국인들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다. 일본인 사토미(25ㆍ여) 씨는 “가이드북에서는 인사동에서 한국의 전통을 느낄 수 있다고 했는데, 화장품이나 옷가게만 보이는 것 같다”며 “명동, 동대문과 다른 것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0월 31일 현재 인사동 거리에 있는 화장품가게는 총 11곳에 달하며,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자 각 화장품업체가 앞다퉈 입점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로구 문화공보과 관계자는 “문화지구 조례 개정을 통해 화장품업 등이 입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서상범 기자>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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