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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도 몰라보는 패륜범죄 극성
전문가들 “가족내 개인 파편화, 물질만능주의 사회분위기도 한 몫”


[헤럴드경제= 황유진 기자] ‘가족 청부 살해’ ‘보험금 노린 아내 살해’ ‘어머니 살해’….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끔찍한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반인륜적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

지난 9월 A(40) 씨는 아내를 청부 살해했다. 렌터카업체를 운영하며 월 2억원 넘는 수입을 올리는, 소위 ‘잘나가는’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혼하면 아이도 빼앗기고 거지 신세가 될 것 같아 아내를 죽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돈에 눈이 멀어 아내를 죽이도록 청부한 A 씨는 결국 쇠고랑을 차게 됐다.

지난 13일 대전에서는 부부사이 불화를 겪던 B(56) 씨가 아내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B 씨는 ‘경제적인 문제’로 다투다가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에는 보험사 직원으로 일하던 C(39) 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죽였다. C 씨는 몇 년에 걸쳐 11개의 보험에 가입하는 등 아내가 사망하면 22억원을 받을 수 있도록 치밀한 준비 끝에 교통사고로 위장해 아내를 살해했다.

이 밖에도 10대 청소년이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고, 20대 여성은 결혼을 허락하지 않는다며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죽였다. 모두 최근 벌어진 패륜 범죄의 일면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강기윤 의원(새누리당)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도 이 같은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 2008년부터 지난 8월 말까지 5년간 친족을 대상으로 패륜 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인원은 총 10만2948명으로 집계됐다.

친족 대상 범죄 가운데서도 특가법이 적용되는 존속 살해는 2008년 45건에서 2009년 58건, 2010년 66건, 2011년 68건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올해도 8월까지 33건의 존속 살해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반인륜적 범죄가 극성을 부리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물질주의가 팽배한 사회 분위기’와 ‘가족 해체 현상’을 그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돈에 대한 욕심과 철저한 자기중심주의가 인륜과 천륜을 무시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패륜 범죄가 증가한다는 것은 가족 안에서 개인이 파편화되고 인간성이 메말라가고 있는 우리 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가족 간의 소통이 부족해지면서 상대방에 대한 화나 섭섭함을 참지 못하고 극단적으로 가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라면서 “가족의 기능과 의미보다는 물질이 더 중요해진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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