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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할 때만 노크하는 불청객…‘이명’ 10대도 예외 아니다
대학생 김모(22ㆍ여) 씨는 조용한 도서관에 있을 때도 왠지 모를 소리에 공부를 망치기 일쑤다. 고음의 ‘삐~’ 하는 소리가 계속돼 원인을 찾으려 주변을 둘러봐도 친구들은 태연히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친구들은 오히려 계속 짜증스러운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는 자신을 산만하다고 핀잔이다. 남들은 듣지 못하는 기분 나쁜 소리는 신기하게도 조금이라도 소음이 있는 곳에선 김 씨를 괴롭히지 않는다. ‘없는 소리’가 들리는 김 씨는 결국 이비인후과를 찾았고 ‘이명’이란 진단을 받았다.

▶나만 듣는 소음, ‘이명’…20대 젊은층도 안심할 수 없어=이명은 외부로부터 소리 자극이 없는데도 사람의 귀 혹은 머릿속에서 소리를 느끼는 것으로, 청력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아 흔히 노인성 질환으로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트레스, 잦은 이어폰 착용과 시끄러운 소음에 장시간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20~30대 젊은층과 10대 청소년 사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흔히 이명은 ‘삐~’ 하는 가늘고 약한 소리가 들리지만 개인에 따라 매미 소리나 귀뚜라미 소리, 종소리 같은 불규칙한 소리로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 이명을 측정해보면 대부분 낙엽이 땅에 떨어질 때 나는 정도의 아주 미세한 소리로, 주변 소음에 묻히기 마련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생활소음 때문에 잘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다 주변이 조용해지면 들리기 시작해 다른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 들리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이명은 잠들기 전 조용한 상태에서 감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명은 질병이 아닌 하나의 증상으로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


▶습관처럼 무시하던 작은 소리, 예민하면 이명으로=미세한 이명은 정상적인 신체의 생리적 현상으로, 평상시 주변 생활 소음에 의해 전혀 인식되지 않는다. 이는 이명이 각 개인의 대뇌에 지속적으로 전달되는 과정을 통해 습관화가 돼 평상시에는 소리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계기를 통해 습관화된 현상이 유지되지 않고, 어떤 변화로 인해 발생한 익숙하지 않은 신경신호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면서 습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 지속적으로 이명이 생기게 된다.

이런 습관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청각 여과기’다. 새로운 신호나 중요한 정보를 가진 소리는 전달을 하지만 중요하지 않다면 중간에서 차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 작업을 할 때 팬이 돌아가면 소음이 발생하지만 작업에 열중하다 보면 이를 대부분 인식하지 않는다. 또 창문 너머엔 무수히 많은 소음이 있지만 평상시 대부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낼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 이명은 정서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젖먹이 아이가 있는 어머니는 아기의 울음소리에 굉장히 민감하다. 자다가도 얼른 일어나 기저귀를 갈거나 젖을 먹인다. 그러나 아버지는 같은 소리에도 태평하게 잠을 자기 일쑤다.


▶이명은 질환 아닌 증세일 뿐=이명은 남들에겐 안 들리는 소리가 들린다는 점에서 지레 겁을 먹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정서적 변화는 뇌에 영향을 미쳐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신유리 소리 귀 클리닉 원장은 “이명은 하나의 증상일 뿐 그 자체가 질병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이 의심된다면 개별 심리 상담과 소리치료 등 이명 재활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생활 속에서 이명을 습관화시키면 궁극적으로 이명을 인식하지 않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명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치료를 하겠단 본인의 의지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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