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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굴곡진 역사속에 뒤엉킨 인간군상…그의 붓끝은 천만마디가 모자라다
영화 ‘붉은 수수밭’ 원작자 모옌中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환상적 리얼리즘·구전문학 융합
영화 ‘붉은 수수밭’ 원작자 모옌
中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
환상적 리얼리즘·구전문학 융합



“소설가의 창작행위란 역사의 복제가 아니며, 역사의 복제란 역사가의 임무일 뿐입니다.” 중국작가로는 처음으로 11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중국의 현대문학작가 모옌(57ㆍ莫言)은 소설쓰기에 대해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모옌은 그의 말대로 역사의 표피 대신 소용돌이 속에서 예민하게 작동하는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포착해 그려왔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가 “환상적인 리얼리즘을 민간 구전문학과 역사, 그리고 동시대를 융합시켰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모옌은 “글로만 뜻을 표할 뿐, 입으로는 말하지 않는다”는 뜻의 필명이다.

1955년 중국 산둥성 까오미현의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모옌은 그의 고향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아 30년 넘게 작품의 주요무대로 등장시켰다. 거기에는 중국현대사의 굴곡을 허우적대며 통과해 온 중국의 인간군상들이 들어있다. 모옌은 이들을 통해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 인간의 잔혹함과 욕망을 해학적 유머로 그려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중국 문화대혁명을 겪고 소학교를 중퇴한 뒤엔 공장노동자 생활을 하는 등 일반 민중의 삶 그대로였다. 1975년 인민해방군에 입대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그가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장이모우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을 통해서다. 그의 첫 장편소설 ‘홍까오량 가족’을 원작소설로 한 이 영화가 1988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면서 모옌은 일약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오른다. 모옌 자신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이 소설은 20여개 국가에서 번역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모옌과 한국의 인연은 남다르다. 2005년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한 이래 2007년에는 한ㆍ중문학인대회에, 2008년에는 동아시아문학포럼에 참가하는 등 한국을 자주 찾았다. 2005년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했을 땐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질문에 “개인적인 견해로는 고구려 문화는 한국의 문화가 분명하다”고 밝혔다가 중국 내에서 곤욕을 치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만해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소설가 황석영, 시인 곽효환 등 국내 작가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중국 내 평가는 엇갈린다. 작품 검열과 반체제 작가, 민주화 운동을 하다 투옥된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 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중국의 문학평론가 왕더웨이는 모옌을 한마디로 평가했다. “모옌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莫言)’라고 필명을 붙였지만, 그의 붓끝은 천만마디가 모자랄 지경이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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