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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이성의 힘으로 반대하기...민주주의에 약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드레퓌스 사건’에 드리워진 프랑스의 반지성주의를 고발한 에밀 졸라, 풍전등화의 스페인 공화정부를 위해 ‘유럽의 양심’이 되기를 자처했던 조지 오웰, 이들 ‘행동하는 지성’의 또 다른 이름은 독불장군, 반항아, 불평분자이었을지도 모른다.

비판적 지식인으로 이름 높은 영국의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퍼 히친스에게 이러한 세간의 오해(?)는 기꺼이 명예로운 평판이다. 히친스의 ‘젊은 회의주의자에게 보내는 편지’(차백만 옮김/미래의창)는 세상을 올곧게 자기 머리로 헤쳐나가고 싶은 청춘에게 바치는 글이다.

물론 소수 반대파의 삶은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그 존재 가치는 삶의 피곤함을 넘어선다. 저자에 따르면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의견의 불일치’다. 모든 갈등이 해결되고 행복만이 지속되는 “정신세계의 디즈니랜드”를 열망하는 것은 백치 상태와 매 한가지이며, 이는 열망으로 도달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외려 갈등과 반대가 있어야만 “진실을 밝힐 불꽃”도 피어날 수 있고, 논쟁이 있어야 진보도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을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로 치부해선 안 된다. 저자는 타성에 젖은 저항 ‘철의 규율과 피의 동지애’로 얽힌 엄숙한 교조주의적 태도에 대해서도 거리를 둔다. “휴머니즘이 빠진 급진주의는 사실 아무 의미가 없네. 왜냐하면 인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인간이란 동물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 짓고 정의하는 능력 중 하나가 바로 웃는 능력이기 때문이지.”

요컨대 저자가 젊은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이성과 의심의 힘, 진실을 추구하고 반대에 설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인간 존엄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다. 세상에 대해 어섯눈 뜨는 젊은 회의주의자에게나,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무뎌진 늙은 회의주의자에나 일독을 권할 만하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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