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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인면수심 강력범죄 방치할 셈인가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은 이런저런 대책들이 반가울 법한데 영 개운치 않다. 임기응변식 대응 같아 보여서다. 국민의 불안과 피해자의 숨막히는 고통을 이해한다면 당장 실현 가능한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



불행한 사건 사고가 끊임없다. 묻지마 칼부림에, 인면수심의 성폭력 범죄에 선량한 시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스러져간다. 밤이고, 낮이고, 이른 아침이고 때를 가리지 않는다. 동네에서, 안방에서, 직장에서 장소 불문하고 무참히 범죄에 짓밟힌다. 치안에 구멍이 뚫린 게 확실하다.

“이래서야 어디 맘 편히 살 수 있겠느냐”며 원성이 터져나오자 정부와 정치권이 나섰다. 정부는 성폭력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성충동 약물치료, 이른바 ‘화학적 거세’를 확대하고, ‘묻지마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 유형별 동기 및 범행수법 등에 대한 분석자료를 담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 수사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성범죄 우범자가 착용하는 전자발찌 경보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전담인력을 구성하고, ‘위치추적법’을 개정해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법무부와 경찰이 공유하는 등의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뿐만 아니다. 묻지마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올해 말까지 사회 부적응자와 가족들에 대한 치료를 위한 ‘범부처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 해도 이런저런 대책이 나왔으니 반가울 법한데 영 개운치 않다. 임기응변식 대응 같아 보여서다. 큰 그림이 나오기 무섭게 쏟아지는 후속대책이 그렇다. 살인, 성폭력, 흉기상해 등 특정 강력범죄자를 사회와 격리하는 ‘보호수용제’를 도입하겠다는 검찰 방안은 비현실적이다. ‘이중처벌’ 논란 속에 2005년 이미 폐지된 보호감호제를 사실상 부활하자는 주장인 까닭이다. ‘범죄자의 인권보다는 사회안전망이 중하다’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인권 강화 추세에 따라 폐지된 제도를 불과 몇 년 만에 재도입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법을 다루는 검찰이 모를 리 없다. 경찰인력을 대폭 증원해 800여명 규모로 성폭력·강력범죄 감시·감독팀을 신설, 3만7000여명에 달하는 우범자를 전담ㆍ감시하는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경찰도 마찬가지다. 보호관찰관 인력이 부족해 전자발찌제도를 효율화할 수 없으니 지금보다 인력을 5배 이상 늘려 달라는 법무부 간청(?)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예산 증액에 인색한 관계부처와 국회에 동의를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기대책도 중요하지만 당장 성매매단속에 투입된 경찰인력을 강력범죄 단속에 투입하는 단기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역시 이번 대책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화학적 거세 대상을 모든 성범죄자로 확대하고 ▷성범죄자의 취업제한을 확대하는 방안 ▷전자발찌 착용자의 야간 외출을 제한하는 등의 방안에는 심사숙고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은둔형 외톨이 범죄를 더 키울 심산인지, 한 부녀자의 생명과 한 평범한 가족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간 성범죄가 출근ㆍ등굣길에 벌어졌다는 사실을 아는지 의심스럽다. 선량한 국민의 행복과 생명이 무자비한 범죄에 쓰러지고 있다. 국민의 불안과 피해자의 숨막히는 고통을 이해한다면 강력범죄를 막을 수 있는 당장 실현 가능한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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