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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 데려오면 돈 드려요”…수억원 주고 환자 유치한 정신병원 적발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당장 응급치료가 급한 정신질환 환자를 물건처럼 거래한 정신병원과 사설응급환자이송단(사설이송단) 직원 수십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병원은 환자를 많이 유치하기 위해 사설이송단에 수억원을 주고 자신의 병원에 이송해줄 것을 요구했고, 이송단은 환자 1인당 수십만원의 대가를 노리고 이같은 거래 제안에 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응급환자 발생 시 주거지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해야한다는 원칙은 철저히 외면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환자를 유치ㆍ이송한 대가로 수억원 상당의 금품(통 값)을 955회에 걸쳐 제공 및 수수한 혐의(의료법위반)로 A(45)씨 등 서울ㆍ경기 일대 8개 정신병원 원장 및 관계자와, B(55)씨 등 사설이송단 대표 등 84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병원 관계자 9명은 지난 2009년4월부터 최근까지 사설이송단을 상대로 환자 1명당 20-40만원씩 일명 ‘통값’을 제공하며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자신의 병원으로 데려오는 대가로 총 4억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민의료보험가입자는 1인당 30-40만원, 기초생활수급대상자는 20-30만원을 지급했다.

B씨 등 사설이송단 대표 및 직원 75명은 ‘환자 주거지와 가까운 병원에 이송해야한다’는 원칙을 무시하고 ‘통 값’을 받은 병원에 환자를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환자 보호자로부터 받는 거리당 이송요금과 별도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 관행적으로 통 값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 유치 담당직원이 사설이송단 직원들에게 일명 ‘통값’ 이벤트를 알리기 위해 발송한 단체 문자메시지다. 보호는 기초생활수급자, 보험은 국민의료보험가입자를 의미한다. 병원은 국민의료보험가입자 1인당 30-40만원, 기초생활수급대상자는 20-30만원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환자 유치를 해왔다.


사설이송단은 일반 구급 차량의 경우 기본 2만원, 10㎞이상부터 1㎞당 800원의 이송료를 받는다. 특수구급차량의 경우 기본 5만원, 1㎞당 1000원의 이송료가 부가된다.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이벤트도 진행됐다. 병원은 정신질환 무료상담 인터넷 카페 운영자인 C(31ㆍ여ㆍ前 간호조무사)와 공모해 카페를 통해 상담을 의뢰하는 환자 및 가족에게 자신의 병원을 알선토록 하고 그 대가로 6800여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또 사설이송단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정 기간에는 통 값을 평소보다 인상하는 내용의 이벤트를 벌이며 환자 유치를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사설이송단은 응급 차량 소유주들을 모집해 차량 1대 당 200만-500만원의 권리금을 받고 개인에게 영업권을 주는 형태로 운영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매달 20-35만원의 지부비를 납부하고 나머지 수익을 챙기는 운영방식 탓에 차량 소유주들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병원과 통 값 거래를 해온 셈이다.

경찰은 이들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차량 내에 응급구조사를 승차시켜야 한다는 원칙도 무시해왔다고 밝혔다. 또 일부 구급차량 내부는 구급 장비가 없이 이동식 사무실 형태로 개조돼 사실상 응급 환자 이송을 위한 장치가 전무한 ‘가짜 응급차’였다.

경찰 관계자는 “관할 보건소가 매년 1회 이상 구급 장비 구축 등 사설이송단 운용상황 및 실태 점검을 해야하지만 대부분 이송단 대표가 제출하는 서류 확인으로 점검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적발된 병원 외에도 경기도 소재 일부 병원에서 사설이송단에 환자 이송 대가로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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