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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값하고 싶다” 좌불안석 148명 초선의원
“우리는 밥값하고 싶다.” 148명의 초선의원들이 좌불안석이다. 월급은 꼬박꼬박 받으면서 일을 하지 않는 대한민국 국회문화가 낯설은 초선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국민을 볼 염치가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제대로 일 한번 해보려 했는데 문을 안여니 안되니 답답하네.” 19대 국회 임기시작 보름이 다 되도록 하염없이 식물국회만 바라보는 한 초선 의원의 푸념이다. 뭔가 달라진 정치를 보여주겠다며 위풍당당하게 입성했지만, 초선 의원들의 꿈과 포부가 실망과 좌절로 변하는 데는 단 2주일이면 충분했다. 국회 담장 밖에서는 “정쟁 적당히 하고 빨리 문 열라”는 시민단체의 확성기 소리가 메아리치지만, 정작 당사자인 초선의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다림 뿐이다.

민생과 전혀 상관없는 원구성 싸움으로 날을 새는 지도부, 한 두 번 겪는 일이 아니라는듯 태평한 선배 정치인들에 대한 초선 의원들의 불만은 여ㆍ야 공통된 모습이다.

임기 첫 날인 지난달 30일, 이틀 밤낮을 사무처 문 앞에서 기다린 끝에 19대 첫 법률안으로 ‘발달장애인법안’을 제출하는 열성을 보였던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은 “안타깝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 의원은 “처음부터 공전만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며 “민생 법안들이 잔뜩인데, 처리가 안되는걸 보고 있자니 안타까울 뿐”이라고 전했다. 밥값 한 번 제대로 해보겠다고, 일좀 해보려고 했지만, 도와주기는 커녕, 방해만 놓고 있는 선배 정치인들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이런 안타까움은 정치에 대한 회의로까지 이어졌다. 같은 당 길정우 의원은 “뭔가 허전하달까, 일할 의욕이 불붙어야 하는데 시작 전부터 김이 팍 새는 기분”이라고 토로하며 “정치적인 힘겨루기가 정치의 본질이라고 말한다면, 실망스러울 뿐”이라고 일갈했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법정 기한에도 아랑곳 없이 신경전만 계속하고 있는 여ㆍ야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다.

초선 의원 수십명이 모여 개원을 촉구하는 성명도 발표했고, 연찬회에서도 지도부를 향해 조속한 개원을 촉구해봤지만 결국 헛수고에 불과했다. 길 의원은 “이런 거 이야기 해봐야 통하지 않는다는 것만 확인한 셈”이라며 “자포자기까진 아니지만, 달라진다는게 말 처럼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야당 의원들의 자괴감도 마찬가지 수준이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일 좀 합시다 하는 의원들이 많다”며 “국민 목소리를 대변해보겠다고 여기 들어왔는데”라며 허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비대위원으로 활동하며 숨가뿐 일정을 소화했던 홍의락 의원도 “이제야 제대로 일 좀 한번 해보려고 했는데 개원이 안돼서 난관”이라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비생산적인 개원협상속에서 초선의원들도 ‘남탓’하는 국회문화에 서서히 오염되고 있다. 새누리당 초선들은 성명을 내고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폭력국회, 식물국회를 만들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초선 32명은 11일 새누리당을 향해 “꼼수를 그만둬라. 개원 협상에 적극 나서라”고 성토했다.

이와 관련 김용철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회가 본연의 의무가 아닌 대선 준비차원에서 개원을 준비하다 보니 개원이 늦어지는 것”이라며 “욕을 먹어도 국회 전체가 욕을 먹고, 의원 개개인에 대한 손해나 벌칙은 없기 때문에 지연의 해법도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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