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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결의 숨소리를 느끼다
사람은 강물과 함께 살고 강물은 사람 휘감아 도는 춘천 물레길…여유로운 호수위 카누 위에서 성미급한 더위를 맞다
의암호 한가운데 조그마한 카누 하나
내 몸을 놓으니 물과 하나가 되고…

호수의 작은 파동에도 출렁이고
그 흔들림은 내 마음을 설레게 하네…


춘천의 호수엔 봄이 흐른다. 아카시아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지다 어느새 일렁이며 하늘과 강물의 경계를 알린다. 때 이른 더위가 도시를 점령했지만 강바람은 선선하다. 호수의 봄은 성미 급한 더위도 달랠 만큼 여유롭다. 오죽하면 이름도 그래서 ‘봄내(春川)’일까. 사람들이 강물과 함께 살고 강물이 사람을 휘고 도는, 그곳이 춘천이다.

하늘 맑은 5월의 어느 날 춘천을 찾았다. 춘천시와 사단법인 ‘물레길’은 지난해 7월부터 카누를 타고 의암호를 누비는 물레길을 선보이고 있다.

물이 흔하고, 물이 친숙한 춘천이지만 그동안 물은 철저히 시각에 의존해왔다. 먼발치에서 두고 지켜볼 뿐이었다. 강의 소리, 강의 냄새, 강의 촉감은 눈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물에 몸을 맡기고 함께 흐르며 여유를 만끽하는, 새로운 수상레포츠 물레길에 시선이 끌리는 이유다.

평일 오전임에도 20여명이 모여 안전교육을 받고 있었다. 2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7월 정식으로 출범한 물레길은 입소문을 타고 어느새 춘천의 새로운 명소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불러모은 체험객이 3만명이 넘는다. 올해도 매주 1200명 이상의 단체, 가족 체험객이 물레길을 찾고 있다. 국내에선 카누가 낯설지만 호수가 1000여개나 있는 캐나다에선 오래전 보편화된 즐길거리다. 박대순 물레길 홍보팀장은 “물이 많은 춘천이 캐나다처럼 카누가 대중화되기 알맞은 자연환경을 갖췄다”고 말했다.

춘천시와 사단법인‘ 물레길’은 지난해 7월부터 카누를 타고 의암호를 누비는 물레길을 선보였다. 물레길은 자연이 주는 낭만과 여유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길이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동시에 물에서 바라본 자연은 캐나다와 전혀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박 팀장은 “강물에 떠 있으면 산과 건물에 가로막힌 시선이 뻥 뚫려 자연을 넓게 담아볼 수 있다”며 “한국의 강산을 이보다 더 완벽히 느낄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17피트(약 5.1m)짜리 카누에 한 발을 내딛고 엉거주춤 엉덩이를 붙여 앉는다. 이 작은 배가 수심이 15m나 되는 의암호 한가운데서도 안전할까? 물레길은 현재 50여대의 나무 카누를 강에 띄우고 있다. 모두 수입한 적삼목을 100%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눈대중으로 대충 만든 것이 아니다. 준비 기간 임병로 물레길 대표는 캐나다의 유명 카누 공방인 베어마운틴 크래프트에서 교육을 받고 카누 설계와 판매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그만큼 물레길은 철저한 준비와 계획 끝에 탄생했다. 박 팀장은 “물에 빠지는 사람은 1000명 중에 5명 정도”라며 “그마저도 즐거움에 취해 일부러 물에 뛰어드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카누 체험객들을 앞뒤에서 지키는 안전요원들도 마음을 내려놓게 한다. 카누는 정직했다. 노를 저은 만큼 나가고 방향을 바꾸고 싶을 때 고개를 틀었다. 본격적으로 호수 가운데로 나가기까지 우왕좌왕했지만 이내 다들 능숙하게 노를 저었다.

카누에 의지해 강물에 떠 있으면 잔잔한 듯 보이는 호수가 얼마나 역동적인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작은 파동에도 카누는 출렁이고 그 흔들림은 그대로 마음을 설레게 한다. 심장박동은 높아지고 그럴수록 노는 힘차게 오간다. 이제 가만히 노를 내려놓는다. 강은 이내 고요하다. 손을 담그면 강원도 어느 깊은 산골에서 시작돼 서울을 지나 서해로 뻗는 북한강이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약 3㎞의 의암호를 한 시간여 도는 동안 강은 그렇게 표정을 바꿔가며 시간을 잊게 했다.

이날 여덟 살, 일곱 살 두 아들의 체험학습을 위해 인천에서 왔다는 조진형(45)-김나연(39ㆍ여) 씨 부부는 카누에서 내린 뒤에도 호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두 아들이 물장난을 치느라 흠뻑 젖은 옷은 이날의 즐거움을 대변해줬다. 김 씨는 “주변 지인들에게도 꼭 추천할 것”이라며 기회가 되면 다시 찾을 것을 약속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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