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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지도자의 덕목…정치 · 경제 전문가 10인에 듣다
7개월 뒤 탄생할 대한민국 11번째 대통령의 리더십은 ‘아우름’이다. 권위와 군림의 ‘아우라(Aura)’로 상대를 압도하던 시절을 지나 탈권위의 대통령도 겪어보고 CEO 대통령도 경험한 결과, 국민은 진보에 지치고 보수에 상처받았다. 이제는 국민을 하나로 아우를 지도자를 모두가 고대하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16일 재창간 9주년을 맞아 10명의 정치ㆍ경제 전문가를 통해 국민이 바라는 11번째 대통령의 리더십을 그려본 결과다. 구체적으로는 국민들과 두루 소통하고(通), 함께 아파하는(痛), 그래서 대한민국을 하나로 아우르는(統合) 리더십이다.

1970~80년대 경제개발, 1990년대 이후 민주화가 리더십의 대부분이었다. 2000년 이후에는 진보와 보수 대통령을 번갈아 뽑아봤지만 결국 편가르기와 독주로 끝나며 지난 정권에 대한 반작용만 난무했다. 진보와 보수, 분배와 성장이라는 ‘아포리아(aporiaㆍ이율배반)’를 넘어설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증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통치’의 통(統)에 대한 해석도 달라졌다. 좌, 우 어느 한쪽으로 ‘이끈다(統率)’의 개념보다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아우름(統合)’의 뜻이다.

함성득 고려대 교수(대통령학)는 “역대 대통령들은 무력이나 돈, 지역기반(공천권) 등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소통, 진정성이 중요하다. 부드러운 대통령, 열린 마음으로 타협을 이끌어내는 대통령이다”라고 풀이했다.

로마제국 초대 통치자 아우구스투스(Augustus)는 ‘황제(Emperor)’의 다른 말인 ‘최고사령관(Imperator)’ 대신에 원로원의 대표를 뜻하는 ‘일인자(Princaps)’라는 호칭을 썼다. 양아버지 카이사르는 정복이 리더십의 원천이었지만, 불과 18세에 권력을 물려받은 아우구스투스는 군사력보다는 각 세력 간 화합으로 리더십을 완성했다. 시황제의 군사력으로 세워진 진(秦)은 20년을 채 못 버텼지만, 화합 위에 세워진 로마제국은 400년 이상 유지됐다.

통합의 리더십은 경제 부문에서도 적용된다. 밖에서 본 대한민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모범사례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개최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안에서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벼랑 끝에서 대치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권의 수출중심 경제정책으로 밖에서는 수출대기업이 돈을 벌었지만, 안으로는 물가상승으로 중소기업과 일반 가계가 되레 더 궁핍해졌다. 그렇다고 경제구조상 수출을 통한 성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복지와 내수부양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4ㆍ11 총선 결과를 보면 야당이 수도권에서 이겼지만 싹쓸이한 것은 아니다. 차기 대통령에게 수출과 내수의 조화,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 빈부 간 격차를 줄이라는 숙제를 낸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아우름’의 리더십에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소통의 통(通)이다. 지난 10년간 한국 정치는 보수를 반동으로 몰아붙이고, 진보를 불구(不具)로 내몰았다. 대화와 타협 대신 배척과 대결로 국론의 동맥경화만 심해졌다. 양 끝으로 나뉜 국론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아고라(Agoraㆍ광장)’를 만들 때라는 지적이다. 어정쩡하게 양 끝을 섞는 중간의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창조의 광장이다. 중용(中庸)의 리더십이다.

최영진 중앙대 교수는 “정치는 최선이 아니라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것이다. 경제는 효율이지만 정치는 비용이 참 많이 든다. 복잡한 사항에 대해 타협하고 절충해 나가면서도 자기 것도 챙기고 남의 것도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로에게 다가가는 통(通)을 위한 리더십에는 필요충분 요소가 필요하다. 바로 도덕성이다. 정권 말이면 불거지는 각종 비리는 서로를 꺼리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소위 잘나가는 이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 국민들은 올바르고 정의로운 사회를 원한다. 공정한 경쟁들, 그리고 깨끗하고 바른 모습의 사회다. 지도자 스스로 높은 도덕성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우름’의 또 다른 조건은 통(痛)을 함께하는 리더십이다. 최고의 정치철학으로 꼽히는 공자의 ‘인(仁)’은 아픔을 함께하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발현이다.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성식 의원은 “아픔을 공감하고, 책임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과 해결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몸소 느낀 국민의 뜻을 소개했다.

정치학자들이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권력분점 역시 통(痛)이 바탕이다. 조선시대 왕보다도 강력하다는 대통령의 권한을 스스로 떼어내는 ‘아픔’의 감수다.

김 전 의원은 “대선 승패에 따라 여야가 대치한 역사가 20년을 넘는다. 악순환을 끊으려면 가진 자들이 내려놓아야 한다. 권력과 독점의 밀어붙이기 유혹을 내려놓고 우리 시대가 정치를 함께 한다는 연립정부 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홍길용ㆍ김윤희ㆍ손미정 기자>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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