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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민병문> 막말 퇴치 유머 넘치는 사회로
국가 품격 떨어뜨리는
저질 막말 홍수 막으려면
교육과 형벌 강화하되
시 읽는 사회 만들어야


선진국의 조건은 물질만이 아니다. 남을 배려하는 예의범절이 동행해야 진정한 선진국이다. 일본이 지진과 쓰나미, 원자력발전 사고 등으로 진통을 겪고 영토나 과거사 문제 등에 고집,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지만 그 나라의 일상적인 생활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선진국임을 느끼게 된다. 매뉴얼 사회의 답답함쯤 일반의 조용한 말씨, 행동, 친절 등을 접하는 순간 훌훌 날려보내는 것이다.

며칠 전 막말 선수 김모 씨가 또 뚱딴지같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 존재를 과시했다. 누구 누구를 강간해 죽이자 등 살벌한 막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다가 하루아침에 다 이긴 총선 판세를 엎고 자신마저 낙선했던 그다. 잠시 자숙하는 듯싶더니 어느새 이상한 퍼포먼스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누가 대선에 나오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느닷없이 불출마 선언을 하는 의도가 우리 정치를 한바탕 웃음거리로 만들려는 게 아닌가.

요컨대 이런 저질 막말이 그칠 전망마저 희박하다는 사실이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로 하루아침에 유명인이 되고 국회의원 후보, 나아가 대선까지 내다보는 사회, 막말 책을 쓰면 잘 팔리는 사회, 그것이 지금 한국의 주소다. 이 때문에 한국 사회 품격이, 또 국격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우려가 높다. 한쪽에선 40여년 사이 원조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 유엔 사무총장ㆍ세계은행 총재를 배출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하늘을 찌르는데, 다른 쪽에선 이를 비판하며 차라리 못살던 때가 좋았다는 식이니 어쩌란 말인가.

저질 막말은 유머와 차원이 다르다. 영국 처칠 총리 얘기를 잠시 보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지퍼 올리는 것을 깜빡한 채 연단에 서자 상대 당의 한 여자 의원이 재빨리 “존경하는 의원님, 남대문이 열렸습니다”라고 조롱했다. 망신을 당하려던 찰나 처칠의 대답은 “아, 죽은 새는 새장 문이 열려도 나가지 않아요.” 이게 바로 유머다. 이 말을 지난번 나꼼수 전 진행자로 수감 중인 정모 의원의 성적 욕구를 위해 비키니 여성 사진을 보내주라는 저질 막말과 비교할 수 있는가. 오만의 극치일 뿐이다.

우선 정치ㆍ경제적으로 공정사회를 이루는 게 급하다. 막말이 뿌리내리지 못할 토양 구축이 시급한 것이다. 지금처럼 1% 대 99%의 대결식 구도가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세제, 복지제도 등 물질적으로 수술할 게 너무 많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한두 군데 유리창 깨진 곳을 방치하면 주변 다른 유리창들마저 온전치 못하게 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일부 막말 수혜자들을 내버려두면 사회 전반이 물들어갈지 모른다.그 원인을 원천 제거해야 한다.

그러니까 물질만의 수술은 단편적이다. 국민 정신을 바꿔가야 하는 것이다. 이게 형벌제 강화나 교육제도 개편만으로 가능할까. 우선 시행에 따른 역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말의 순화운동을 범사회적으로 벌여가야 한다. 좋은 말 쓰기 경연대회나 TV 등 언론에서 이를 적극 지원하고 막말 사용자들은 아예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인터넷 사용자들도 알 것은 안다. 또 그 옛날 그리스, 로마처럼 철학적이고 시적인 단어들을 구사하는 멋진 정치인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주는 것이다.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이 국회의원 선거전에서 겪은 일화도 고급 유머감이다. 상대 후보가 나를 찍어 천당에 갈 사람들은 박수를 치라 주문할 때 링컨이 가만 있자 “링컨 씨는 아마 지옥에 갈 모양”이라고 비아냥댔다. 이때 링컨의 대답은 “나는 지금 천당도 지옥도 아닌 의사당에 가고 싶어요”였다. 고급 유머에다 아름다운 사유를 정제된 단어로 구사하는 ‘시 읽는 사회’가 만들어지면 금상첨화일 게다. 시인들은 좋은 뜻을 좋은 말로 운율에 맞춰 표현하려 애쓴다. 막말 퇴치 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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