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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화로 스마트폰 영상통화해 소통하는 청각장애인...‘데이터 폭탄’ 맞았다
[헤럴드경제= 서지혜 기자]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청각장애인용 스마트폰 요금이 실제 청각장애인에게는 있으나 마나한 요금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헤럴드경제는 한국농아인협회의 도움을 받아 최근 청각장애인 10명을 인터뷰했다. 내용은 이동통신 3사가 현재 제공하는 청각장애인용 요금이 실제 청각장애인의 스마트폰 사용에 큰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청각장애인들은 하나 같이 말한다.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이들 청각장애인들은 “사용하지도 않는 음성통화를 영상통화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더니 데이터 사용한도를 제한하고 생색을 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동통신 3사가 수화(手話)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음성통화를 영상통화로 전환하는 서비스 등이 포함된 스마트폰 요금제를 출시한지 5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영상통화를 하기 위한 데이터 사용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당연히 청각장애인들 사이에서 “반쪽짜리 요금제를 제공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통신 3사의 스마트폰 요금을 조사해본 결과 3사가 모두 지난 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이후 청각장애인을 위해 음성통화를 영상통화로 전환할 수 있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다만 일부 이동통신사가 데이터 사용량을 100MB 안팎으로 제한해 정작 영상통화 사용 자체가 어렵다. 영상통화 용 어플리케이션을 위한 데이터 사용량이 영상통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3사는 처음 스마트폰을 출시했을 때 모두 음성통화만을 포함한 패키지 요금제만 만들어 출시했다. 그러나 이후 ‘이동통신 3사가 음성통화를 영상통화로 전환해주지 않는 것은 청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청각ㆍ언어 장애인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한 진정을 받아 들여 영상통화를 지원하는 새로운 스마트폰 요금제를 내 놓았다.

SK 텔레콤은 영상통화 110분에 문자 1000건을 무료로 제공하는 ‘올인원 손사랑’ 요금제를, KT는 영상통화 120분에 문자 1000건을, LG U+의 영상통화 100분에 문자 300건이 제공하는 요금제를 내놨다.

이렇게 앞다퉈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요금제를 내놨지만, 청각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SK 텔레콤과 KT를 사용할 경우 데이터를 100MB 이상 사용할 경우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LG유플러스만 3만 4000원짜리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1GB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5만 4000원짜리 요금제를 사용하면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두 가지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청각장애인들이 ‘카카오톡’, ‘마이피플’ 등을 이용해 회의를 하는 등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장애를 극복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데이터 사용량 제한은 청각장애인에게는 불리한 제도다. 100MB면 인터넷 페이지로 1000페이지 가량인데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 자칫하면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요금폭탄을 맞기 십상이다.

실제로 청각장애인인 박모 씨는 “청각장애인 요금 이전에 일반 요금을 사용했을 때는 7만 원 정도 요금이 나왔는데 새 요금이 출시된 이후 오히려 10만 원 이상 요금이 나왔다”며 “음성무료통화를 영상통화로 대체해 준 것은 좋은 일이지만 데이터 사용량 100MB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국농아인협회의 강모 씨 역시 “영상통화 120분 제공은 농아인에겐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며 “갤럭시와 아이폰은 서로 자체 영상통화가 불가능해서 영상통화가 호환되는 어플리케이션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또 “데이터 사용량이 제한돼 있으니 농아인들은 요금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김모 씨 역시 “농아인들의 입장을 세밀하게 조사하고 검토를 했으면 한다. 상대방이 처하고 있는 고통과 입장을 알아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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