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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필립 페르슈롱> 한국 젊은이들 면접에서 왜 대답을 머뭇거리죠?
한국에선 나이 중시
웃어른 앞에선 말 조심
개인적 의견 표현 서툴러
성실함 더해 혁신성 갖춰야


한국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면서 정기적으로 직원을 채용할 기회가 많다. 서울에서 지낸 지난 7년간 국내 유수의 대학을 졸업하고 다양한 경력을 가진 지원자들을 많이 만나봤다.

한국에서 교육은 매우 중요한 이슈이고 경쟁도 치열하다. 대학입학 수능시험이 있는 11월의 어느 날, 수험생들을 위해 교통 혼잡을 완화시키기 위해 출근시간을 늦춘다는 얘기를 듣고 적잖이 놀라면서 한국에서 수능시험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더욱 놀란 것은 수험생들이 듣기평가 시간에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비행기 이착륙시간까지 조정하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이뤄진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유럽에서도 고등학교 졸업시험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내 조국인 프랑스에서는 시험 당일 출근시간을 늦춘다거나 비행기 시간을 조정하지는 않는다. 프랑스 사람들 역시 자식 교육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프랑스 부모들이 좀 더 느긋하거나 아니면 프랑스 수험생들이 좀 덜 치열한 것 같다.

그럼에도 면접이나 회의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물어보면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서구식 시스템에서 교육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또는 외국에서 교육받은 한국사람들마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질문들에 대해 한국에서 교육받은 지원자들이나 직원들이 불편해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학들이 외국 대학들보다 교육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파리국립고등광산학교(L’ecole des mines de Paris)’라는 한 프랑스 학교에서 지난 2009년 세계 500개 대기업에서 임원진으로 있는 동문의 수를 기반으로 세계 대학들의 순위를 발표했다. 서울대는 여기서 5위를 차지했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한국 기업의 세계적인 발전이 서울대가 상위에 오를 수 있었던 주 요인이었다. 기업들의 발전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사람들이 받은 좋은 교육이 이를 뒷받침해주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2009년의 세계 대학순위는 다음과 같다. 1위 도쿄대, 2위 하버드대, 3위 스탠퍼드대, 4위 와세다대, 5위 서울대, 6위 파리공립경영대학원(HEC), 공동 7위 듀크대ㆍ옥스퍼드대ㆍ펜실베이니아대, 10위 프랑스국립행정대학원(ENA)이다.

교육의 질이 문제가 아니라면 무엇이 젊은이들의 입을 닫았을까? 아마 문화 때문일 것이다. 한국이 속한 유교 사회에서 나이는 매우 중요하고 그에 대한 존중의식을 가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면접을 볼 때 면접관이 자신보다 연배가 높고 그 사람의 생각을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적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매우 민감할 수 있다.

문제는 스스로 사고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이 혁신과 창의성에 필수 사항이라는 데 있다. 만일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에 연연한다면 자신만의 생각을 창조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또 이 때문에 틀에 박힌 생각만 한다면 혁신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 창의성과 혁신성은 대한민국 미래의 주춧돌이다. 기존의 것을 개선하는 것은 더 이상 전략이 아니다. 창조하고 발명하고 혁신적이어야 한다.

한국사람은 근면과 성실이라는 특유의 장점이 있다. 이제 신입사원을 뽑을 때 지원자들은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부분도 함께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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