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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 ‘창업빈곤’ 시대의 골목상권 보호란?
[헤럴드경제=조문술 기자]베이이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와 함께 자영업 창업이 급증하고 있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이 시장에 장년층의 대거 진입은 또다른 사회 불안요소로 자라는 중이다.

게다가 골목상권은 이미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프랜차이즈기업에 포위돼 위축된 상황. 빵집, 치킨가게, 커피전문점, 피자집, 식당, 슈퍼 등 손쉬운 창업은 대형 유통자본의 먹잇감이나 다름없게 됐다.

여간한 노력과 남다른 아이디어가 아니고는 성공은 커녕 본전도 뽑기 어렵다. 실제로 자영업자 가구의 적자 비중은 1990년 10.4%에서 2010년 19.7%로 늘었다. 자영업 가구의 월평균 소득도 231만원으로 임금근로자(247만원) 보다도 훨씬 적다.

근대화의 기수, 개발시대의 주역이던 이들의 인생 2막이 하릴없는 부나방꼴이 돼버린 것이다. 은퇴빈곤층(retire poor) 보다 결코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이른바 ‘창업빈곤층(start-up poor)’.

지난해 말 기준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298만2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559만4000명)의 53.3%에 달했다. 직장을 그만두는 평균 연령은 만 53세에 불과하다. 공교롭게도 그 연령대는 자녀 학자금, 생활비, 노후자금으로 가장 많은 돈이 필요한 시기다. 창업. 즉, 스스로를 재고용하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소규모 지역상권을 둘러싼 경쟁은 총성만 없을 뿐 전쟁터나 다름없다. ‘통큰OO’니 ‘반값OO’니 ‘1+1’이니 하는 대형마트들의 너죽고나살자식 마케팅 전략은 창업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생존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에겐 이념이나 다름없다. 이들의 아우성은 이제 절규에 가깝다.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2003년 1만8000개이던 동네빵집은 지난해 4000여개로 줄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확장으로 지금도 계속 거리로

나앉고 있다. 전통시장 수도 같은 기간 1695곳에서 1517곳으로 11%(178곳) 줄었다. 이 기간 대형마트는 265개에서 450개로 60%, SSM은 234개에서 928개로 400%(694개) 증가했다.

이런 수치는 함수적으로 다른 분야의 엄청난 변동을 유발한다. 대형마트 하나가 지역상권에 자리잡는 순간 그 지역에서 150개의 점포가 사라진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대형마트가 450개에 이르면서 지금까지 6만7500개의 점포를 대체했다는 단순 계산이 가능하다.

지난달에는 자전거포 사장들이 거리로 나섰다. 한 대기업이 소매사업에 진출하면서 전국적으로 유통망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도 무시한 채 전국적으로 SSMㆍ대형마트의 개점은 지금도 줄을 잇고 있다.

새 국회가 꾸려져 다음달 개원한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에겐 유통ㆍ서비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대형 및 중소형 가맹점간 수수료 차별 철폐, 경쟁력 강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여야는 총선기간 소상공인 생업안전망 확충, 전통시장 활성화와 SSMㆍ대형마트 규제 등을 약속한 적이 있다.

경제적 기층계급이라 할 영세자영자, 소상공인 기반이 무너지면 우리 사회의 안전도 보장받을 수 없다. 그들이 자립할 수 없을 때 사회보장 비용 또한 막대하게 늘어난다. 두 눈 뜨고 지켜볼 일이다. 정치권은 이제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섰다.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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