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연봉 1억원 버는 맞벌이도…매주 로또 사는 서글픈 현실
그들의 리얼라이프는…
이번주에도 ‘꽝’이다. 서울 관악구 사당동에 사는 이창호(39) 씨. 6년째 주마다 로또를 구입하고 있지만 지금껏 최고 당첨금액은 5만원이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매주 3만원어치씩은 구입한다. 앞으로도 계속 구입할 것이다. 합법적으로 현실을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대기업 차장인 이 씨는 동갑내기 부인과 맞벌이를 하면서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9)과 유치원생 딸(6)을 키우고 있다. 부부가 합쳐서 연봉이 1억원에 달한다. 중산층 중에서도 상위권이다. 겉으로는 남부러울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결혼 10년차로 접어들었건만 이 씨 가족은 여전히 30평대 아파트 전세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씨의 가슴을 죄어오는 악질 3인방은 바로 주거비와 보육비, 사교육비다.

결혼 초부터 성실히 저축해 5년 전 서초동에 33평형 아파트를 마련했다. 이때만 해도 희망이 보였다. 은행 대출을 잔뜩 받아 구입한 새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집이 인생의 발목을 잡는 주범이 됐다. 집값이 20%나 떨어졌지만 부동산에서는 연락이 없다. 은행 대출 이자(4.5%)로만 매월 꼬박꼬박 170만원이 나간다. 원금 상환은 애당초 꿈도 못 꾸고 있다.

맞벌이를 하기에 둘째아이는 유치원 종일반에 맡긴다. 정부가 아무리 보육료를 잡겠다고 해도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유치원은 월 130만원씩 꼬박꼬박 받아간다. 그나마 월 200만원씩 하던 영어유치원을 두 눈 질끈 감고 포기해 옮긴 곳이다.

큰아이는 욕심을 부려 인근 사립초등학교에 보냈다. 하지만 월 200만원 가까이 드는 학비를 언제까지 감당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어떻게든 한 학교에서 졸업시켜 주고픈 게 부모 마음이지만 지갑 사정상 힘들 것 같다.

대한민국의 ‘어퍼 중산층(Upper Middle Class)’이라고 자부했던 이 씨의 축 쳐진 어깨 밑으로 한 손에는 서류가방이, 한 손에는 로또 용지가 들려 있다.


<윤정식 기자>
/yj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