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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의 빗나간 사랑

기사입력 2012-03-23 09:30

-“내 사랑을 받아줘”…스토킹에 살인미수까지 저질러



“난 대단한 빽이 있다. 내 호의를 거절하면 내가 일하는 국과수에 시신으로 실려온다”

지난해 8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직원 A(37)씨는 짝사랑하던 여성 B(34)씨에게 이렇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나흘 뒤 A씨는 실제 B씨의 집을 찾아가 준비해 간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

A씨가 B씨를 알게 된 지난해 6월. 같은 교회에 다니면서 B씨에게 호감을 가진 A씨는 약 두달 동안 스팸 수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문자메시지 내용은 어처구니 없었다.

“한 번만 안아보는 것이 소원이다. 거절하면 1년 후에 너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내용이었다. A씨의 B씨에 대한 집착은 우울장애와 강박장애, 알콜남용으로 이어졌다. 당시 B씨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자신이 요구를 받아주지 않는 B씨에게 앙심을 품은 A씨는 교회 앞을 서성거리는 등 B씨의 주변을 맴돌았다.

급기야 지난해 8월 살해 위협의 문자를 보내고 나흘 뒤 A씨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B씨의 집을 찾았다. 저항하던 B씨를 항해 김씨는 미리 준비해 간 흉기을 휘둘렀다. B씨는 오른쪽 손목 부위에 전치 6주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

서울 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유해용)는 23일 스토킹하던 B씨를 칼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가 피해자를 죽이겠다거나 살인미수라는 표현이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반복해서 보낸 사실, 흉기를 소지한 채 피해자의 집 앞으로 피해자를 찾아간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A씨가 자신을 친절히 대해주자 ‘나는 B씨와 사귀게 됐다’고 믿게 된 상황에서 병적으로 집착했으나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힘들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

또 재판부는 “사건당시 피해자가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나머지 피고인의 행위를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고인의 진술과 B씨의 부상부위를 보고 범죄행위의 방법을 추론할 수 밖에 없다”며 “B씨와 실랑이 중 당황해 과도로 B씨의 손목부위를 찔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살인미수로 기소돼 집행유예 선고가 내려진데는 A씨가 스스로 칼을 거둔 것도 참작이 됐다. 재판부는 “B씨가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범행을 중단했다. 이를 살해의 의도가 있는 사람의 행동으로 보긴 힘들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