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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용동 대기자의 부동산 프리즘> 주택, 단순한 주거수단·자산 아니다
정치·은퇴·교육·결혼 등
전세대의 삶 연결 복합작용
세계화시대 국부유지 기능도
희망적 활성화 방안 찾아야


분당신도시 12억원대의 아파트가 7억원대로 급락했음에도 거들떠보는 매수세가 없다. 매물 거래가 완전히 실종된 가운데 중개업소에는 집주인 전화만 울린다. 거래 성수기인 3월의 주택 시장이 무너진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만 해도 1.0%가 오른 가운데 일부 거래가 성사돼, 적어도 봄철에만은 활기를 띠었다.

전ㆍ월세 시장이 매매 시장을 주목하게 만들면서 일부 매수세가 살아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완전 딴판이다. 아예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경제 불안에 따른 매수 불안, 가격 불안이 주요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의 뉴타운ㆍ재개발ㆍ재건축 등의 주택 정책이 뒤집히고 각종 사업이 중단된 후유증 여파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죽하면 ‘박원순은 61평, 아들은 54평, 우리 네 식구는 18평’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겠나. 강북 역시 뉴타운 불발로 낙폭이 깊어지면서 거래 두절 사태에 빠져들긴 마찬가지다. 서울 집값 하락 여파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용인 수원 등 경기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생활권 단위로 묶여 전ㆍ월세는 물론 매매가 연동되기 때문이다. 2007년 5억원대를 호가하던 용인권 아파트가 3억3000만원대의 초급매물에도 안 팔리니 집주인들이 안달을 할 수밖에 없다.

전세도 그렇다.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거주한다는 수원 영통의 경우 18평대조차 전세가 나가지 않는다. 분양받은 아파트가 완공돼 수개월이 지났지만 입주를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서울 수도권에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잔인한 봄’이다. 월급의 30~40%를 주택대출금으로 상환 중인 하우스푸어들의 속앓이는 극에 달할 정도다. 삼삼오오로 모이는 자리만 있으면 부동산 얘기고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네 부동산, 특히 주택은 단순한 거주 수단이 아니다. 예금ㆍ증권처럼 단순한 자산과도 구별된다. 여기에는 정치 등 모든 삶이 연결돼 복합작용을 일으킨다.

지난해 지자체 단체장선거와 보궐선거에서 분당 등 한나라당 텃밭이 야당으로 넘어간 이유도 들여다보면 집값이었다. 바로 정치와 연결되고 있는 최대의 고리가 집값인 것이다. 자가 보유율이 60%에 달하는 상황에서 집값 하락은 최대의 불만일 수 있다.

요즘 화두인 베이비부머의 은퇴, 노후 준비 등도 마찬가지다.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해 마련한 최고의 재산이 주택이다. 최후의 보루로 여겨왔던 수억원대의 주택 자산이 절반으로 하락했다면 허탈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노후 보장망이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집값마저 반 토막 났다는 것은 개인으로서는 낭패다. 더구나 일산, 분당, 용인 등 신흥 주거지의 주택 소유자들은 대부분 서울 거주 경험이 있다. 평균 2억원을 넘어섰다는 결혼비용이 말해주듯 아들ㆍ딸 결혼시키느라 서울권 주택을 팔고 신흥 주거지로 이사 온 경우도 많다. 집값 하락을 놓고 아버지는 땅을 치지만 대학 나온 아들은 가진 자 운운하며 마땅히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작금의 우리 자화상이다.

그동안 정권마다 부동산을 내수 활성화의 수단으로 삼은 죄(?)는 분명하다. 하지만 지난 97년 외환위기에서 보듯이 세계화는 자칫 국부를 한꺼번에 유출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 부동산 자산은 바로 이 같은 국부 유출의 보호막이다. 증권ㆍ금융 등 다른 자산과 달리 국가 부(富)를 국내에 고착시켜 놓을 수 있는 게 부동산이다.

일본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져도 국부가 외국에 침탈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부동산에 부를 묻어둔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모두가 한꺼번에 매도하는 부동산 시장을 좀 더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국민적 합의를 구해야 할 시점이다. 더 늦기 전에 희망의 활성화 방안이 나와야 한다. 

ch10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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