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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학교폭력 멈추려면 ‘전담경찰관’ 확충돼야
홍익태 경찰청 생활안전국장


지난해 12월 학교폭력으로 소중한 삶을 마감한 중학생의 애절한 유서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항상 아껴주시는 아빠 엄마, 사랑합니다. 우리집 도어록 비밀번호를 바꿔주세요. (그들이)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서 언제 다시 올지도 몰라요.’ 가족에 대한 애절한 사랑이 담긴 글귀에 경찰이기에 앞서 같은 부모의 마음에서 너무나 가슴이 저려온다.

과거 형제 자매들과 한방에서 부대끼고, 밥상머리 교육을 받던 시절과 달리, 한두 자녀를 둔 가정 속에서 자란 요즘 아이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거나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 쉽게 마음의 상처를 입고,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내가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나보다 약한 친구를 왕따시키거나, 나보다 힘이 센 친구의 행동에 동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경찰청은 지난 1월부터 학교폭력의 위험으로부터 우리의 소중한 자녀를 지키기 위해 全경찰력으로 집중하여 일진 등 불량써클과 고질적인 학교폭력에 대해 강력대응 해오고 있다. 반면 경미초범 선도대상 가해학생에 대해서는 학교와 연계해서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를 통해 진정어린 사과와 피해회복이 이루어지도록 투트랙(Two track)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의 75%가 교내에서 발생하고 있는만큼,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경찰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경찰청은 지난 7일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교육당국과 ‘동반자적 관계’에서 해결해 나가기 위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하였다.

이에 앞서 전국 경찰서에 ‘학교폭력 전담경찰관’ 306명을 배치하여 그간 개입이 어려웠던 학교와의 가교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학생에게는 친근하고 든든한 지킴이, 교사에게는 학교폭력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는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

이러한 경찰의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지난 2개월간 학교폭력 신고가 36배나 증가하는 등 경찰에 대한 신뢰가 쌓여 가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전국 학교 수가 1만 1000여개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학교폭력 전담경찰관 1인당 35개가 넘는 학교를 담당하게 되어 실질적인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학교폭력이 심각한 중학교나 고위험군 학교 등을 중심으로 학교폭력 전담경찰관을 지정하고, 그 외 학교에는 지역경찰 및 외근 형사로 하여금 담당하게 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서 운영중이나 학교폭력 업무만을 전담 처리하는 제도의 취지가 제대로 실행되기에는 미흡하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학교에 경찰관이 배치되어 교내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에 대하여 직접 대응하고 있다. 미국 LA는 487명의 경찰이 배치되어 1인당 2.1개교를 담당하고 있고, 뉴욕은 5200명의 경찰이 배치되어 1인당 0.3개교를 담당하고 있다.또 캐나다 온라리오주는 학교폭력 빈발 중ㆍ고등학교에 경찰관을 상시 배치하고, 영국의 경우에도 1000여명의 경찰이 1인당 5개교를 담당하면서 청소년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사실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상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리 경찰이 형사법적인 틀을 깨고 사전 ‘문제해결자(problem-solver)’의 입장에서 치안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눈높이에 맞는 예방활동을 하기 위해 추진중인 ‘학교폭력 전담경찰관’ 제도가 인력증원을 통해 정착됨으로써, 학교폭력이 이슈화 될 때마다 반짝하는 대증요법이 아니라, 진정 우리의 자녀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학교폭력 근절의 초석으로서 자리잡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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