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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특권 내려놓기 연습 중인 정장선 의원
국회의원의 특권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연간 1억2000여만원의 세비를 받고 7명의 보좌관을 거느릴 수 있다. KTX, 항공기, 선박은 무료 이용이고, 65세부터 매월 120만원의 연금도 수령한다. 이처럼 금배지에 붙는 특권은 무려 200여개나 된다. 이 중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은 상 특권에 속한다. 인간 됨됨이와는 별개로 국회의원만 되면 ‘권력은 곧 특권’의식에 사로잡힌다. 이런 특권을 스스로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탄탄한 지역기반을 가진 의원이면 계속 출마 욕심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정장선 의원(평택 을)은 그 반대다. 요즘 그는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혼자서 출국수속을 하는 등 권력과의 이별을 연습 중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돌연 불출마선언을 하고 나서부터다. 1995년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출발, 2000년 새천년민주당 공천을 받아 평택에서 내리 3선 고지에 오른 그에게 닥친 정치적 좌절은 컸다.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 신분임에도 자유무역협정(FTA) 원천반대라는 당론에 맞서 합의처리를 견지했고, 때문에 강경파들로부터‘사쿠라’라는 비난에도 의연했던 그였다. 그러나 합의처리가 무산되고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국회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투척하는 순간, 정치에 환멸을 느꼈고 대신 국민에 사죄하며 끝내 정치를 접었다.

그는 18대 국회 초반 지식경제위원장으로 소속 위를 고성과 파행, 정쟁이 없는 ‘3무 우수상임위’로 이끌었고, 6년 연속 국정감사 우수의원, ‘거짓말 안 하는 정치인 베스트 5’, 전국소상공인연합회 선정 2년 연속 최우수 의원 상 수상 등 다양한 정치 족적을 남겼다. 특전사 출신답게 천안함 폭침 2개월 뒤 장남의 해병대 입대를 적극 지원했는가 하면,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때는 민주당도 북한의 잘못을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의정 12년 동안 출판기념회는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양질의 인재들이 정치와 생이별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작 남아야 할 사람들은 떠나고, 떠날 사람들은 남으려 기 쓰는 정치라면 더 이상 희망은 없다. 이런 정 의원을 본채도 않는 민주당은 집권하면 한ㆍ미 FTA를 폐기하겠다며 역주행 페달을 더 밟고, 단죄 대상인 ‘최루탄 의원’은 검찰 출석요구를 번번이 무시한 채 통합진보당 원내부대표에 올라 기고만장이다. 특권을 과감하게 물리치는 정 의원식 ‘정치 DNA’가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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