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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도지사 입만 열면 “돈·돈”…빚쟁이 된 MB 괜히 만났나
간담회서 지원요구 봇물
“춘천~철원 간 국도가 아직도 2차선이다. 나오다 탱크를 만나면 시속 30km로 가야 한다. 국도를 4차선으로 해달라.”(최문순 강원도지사)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무임승차요금 연간 2000억원을 지원해 달라.”(박원순 서울시장) “공항 활주로를 기왕이면 3000m로 연장해 달라.”(이시종 충북지사)

이명박 대통령이 졸지에 빚쟁이(?)로 전락했다. 지난 1일 15개 전국 시ㆍ도지사 간담회 자리는 1시간여 내내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났다. 이날 시ㆍ도지사들이 요구한 지원액만 대략 훑어봐도 수조원을 훌쩍 넘는다. 올해 SOC(사회기반시설) 확충 예산 23조1000억원, 보건ㆍ복지ㆍ노동 분야 예산 92조6000억원으로는 감당 안 되는 규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지난 2010년 7월 이후 1년 반 만에 전국 시ㆍ도지사와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이 꼭 7번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로는 처음으로 열린 전체 간담회라는 점에서 애초부터 눈길을 끌었던 모임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이날 이 대통령은 무거운 짐만 안고 돌아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무임승차요금 연간 2000억원 지원을 비롯, 공공임대주택 건립비 인상, 영유아 보육사업 국고보조율 인상 등 돈타령을 한가득 풀어냈다. 허남식 부산시장도 경남~김해 경전철 최소 운영수입 1000억원 지원, 도시철도 건설비 지원 인상, 복지비 지원 등을 요구했다.

직접적인 비용 지원뿐이 아니다. 2차선 국도를 4차선으로 늘려달라는 것에서부터, 공항 활주로 연장까지 요구도 각양각색이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현재 충남도청 건물을 중앙정부에서 매입해 시가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했고, 이시종 충북지사는 청남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해 달라는 요구도 했다.

이 대통령은 “각료들과(건의 사항에 대해) 얘기를 하겠지만 나와 이야기할 시간이 있다는 게 좋은 것”이라며 “나는 서울시장 4년 동안 이런 기회가 없어 답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는 ‘괜히 만났나’였을 것이라는 게 공통적인 시각이다. 이 대통령은 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시ㆍ도지사 협조와 상반기 예산 조기집행에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혹을 떼기는커녕 혹만 붙여 돌아왔기 때문이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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