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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선임기자의 대중문화비평> ‘식당의 이모’처럼 되어버린 ‘국민OO’ 타이틀…

국민·네티즌 반짝인기 업고
대중문화 저변확대용 남발
개성있는 단순 별칭에도 밀려

당사자들은 과분한 인기불구
이미지 고정에 되레 부담감
인위성 탈피 희소성 회복해야


배우 안성기에게 ‘국민배우’, 김혜자와 고두심에게 ‘국민엄마’라는 호칭을 붙여준 지도 꽤 오래됐다. 조용필이 ‘국민가수’, 문근영이 ‘국민여동생’, 유재석이 ‘국민MC’라는 타이틀로 불려지기 시작할 때만 해도 희소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국민○○’이라는 타이틀은 국민남동생, 국민이모, 국민고모, 국민누나, 국민사촌오빠 등으로 가치치기를 하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타이틀의 주인도 금방 바뀐다.

국민여동생은 문근영에서 피겨여왕 김연아→ 원더걸스→원더걸스의 소희→아이유로 빠뀐 상태다. SBS 설특집 ‘배우 팝스타’에서 아이유의 ‘너랑 나’를 불러 큰 화제를 모았던 정다빈에게는 ‘리틀 아이유’와 함께 ‘국민조카’라는 칭호가 붙었다. 국민가수라는 칭호가 붙는 가수만도 조용필 외에 여러 명이 있다.

최근들어 연예인 앞에붙는 ‘국민○○’에는 홍보전략이 숨어있다. 그런 홍보과정을 거치며 ‘국민’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전복되고 있다. 과거에는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거나 남녀노소 누구나 알고있는 연예인 정도 돼야 엄청난 의미의 ‘국민’이라는 칭호를 붙여주었지만 요즘은 국민이 네티즌이라는 개념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이야 민망한 소리를 많이 해 조금 이상한 원로배우가 됐지만 배우 신성일이 한창 활동하던 1960,70년대만 해도 몇 안되는 대중 스타였음에도 국민배우라는 호칭이 붙지 않았다. 하지만 대중문화의 저변확대와 대중매체의 급증으로 스타를 대중과 친근하게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생겼고 자연히 이름보다는 캐릭터로 접근해야 홍보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리게 됐다.

영화와 드라마, 노래의 호흡이 빨라지고 단기간에 대중에 인식, 부각시키지 못하면 잊혀지기 쉬운 환경에서는 오랜 기간 쌓이고 쌓여 붙여지는 ‘국민○○’ 타이틀까지도 웬만하면 붙여주는 캐릭터명으로 바뀐다. 조금만 인기를 끌면 ‘국민○○’를 붙이기 때문에 연예계에서 ‘국민’이란 단어도 인플레이션을 빚고 있다.

요즘 붙여지는 ‘국민○○’는 ‘허당’(이승기) ‘은초딩’(은지원)처럼 캐릭터명과 점점 유사해지고 있다. 이름보다는 캐릭터명이 어필하는 힘이 더 크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붙여지기 시작한 국민배우 안성기(사진 왼쪽), 국민여동생 문근영(가운데) 등의 타이틀은 희소가치 속에서 나름 대중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웬만한 인기만 있으면 너도나도 이 타이틀을 붙이는 바람에 최근엔 1박2일 ’허당’ 이승기의 캐릭터 이름값이 더 커지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하지만 ‘국민○○’에는 장점 못지 않게 단점도 존재한다. 국민이라는 단어가 강한 호감도를 주지만 이미지가 고정될 수 있다는 굴레와 부담이 동시에 놓여있다. 국민배우 안성기가 ‘부러진 화살’에서 ‘석궁테러의 가해자’가 아닌 ‘사법부테러의 희생자’인 김경호 교수(실제 김명호 교수와 이름이 비슷하다)를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은연중 배역에 신뢰와 믿음이 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안성기의 극중 대사인 “이게 재판이야? 개판이지!”라는 말이 국민배우에게서 나옴으로써 대중에게 주는 통쾌함도 더 커질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문근영은 국민여동생으로 과분한 인기를 누렸지만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혹독한 성장통을 겪어야 했다.

어쨌든 ‘국민○○’ 타이틀을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매우 부담스러운 것만은 사실이다. 반듯한 안성기도 ‘승승장구’에서 국민배우라는 타이틀이 주는 부담과 무거움에 대해 실토한 적이 있다.

‘국민○○’은 호명되어지는 타이틀이다. 이 타이틀이 붙여진 연예인은 대중이건 기획사건 남이 붙여준 만큼 그 이미지를 무시하고 살 수는 없다. 그런데 요즘 ‘국민○○’을 붙이는 건 촌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연예인을 좋아하면 되지,  온 국민이 좋아해야한다는 획일적인 발상자체가  구태의연하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국민○○’를 붙이는 방식에서 자연발생적 방식으로 바꿔 본래의  희소가치를 회복했으면 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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