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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강의 안하는 폴리페서들 제재해야
연구 안식년 도중 지자체 선거에 나서는 정치 활동을 했다면 징계를 받아 마땅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연구년 제도 취지를 벗어나는 행위는 엄정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이른바 ‘폴리페서(polifessor)’들에 대한 책임 강조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판결이다. 선거 때마다 정치권을 기웃대는 교수 사회의 고질적 병폐에 대한 준엄한 경고인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폴리페서들이 벌써 기승이다. 이번 총선만 해도 예비등록을 마친 현직 교수가 수두룩하다. 유력 대선주자 주변에는 ‘싱크탱크’를 자임하는 교수들이 진을 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는 비공식 자문단을 합쳐 1000명 이상이 관여했을 정도다.

물론 교수들의 정치 참여를 무턱대고 반대할 이유는 없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회의원을 비롯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등 선출직에 나서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이 판단할 일이다. 장차관을 비롯한 임명직도 마찬가지다. 다만 정치에 참여하려면 주변 정리를 깨끗이 하라는 것이다. 권력 진출을 타진하다 잘 풀리지 않거나, 적당히 향유하다 언제든 대학으로 돌아간다는 양다리 걸치기 인식은 버려야 한다.

폴리페서들로 인한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비싼 등록금을 치른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가 심각하다. 정치판에 나선 교수들의 공백은 시간강사들이 적당히 메우거나, 심한 경우 영상 강좌 등으로 대체하기 일쑤다. 휴직을 했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빈자리에 후임을 임용하기도 수월치 않다. 3선의 한 국회의원은 무려 10년 가까이 교수직을 유지하다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사직하기도 했다. 그 사이 해당 분야 연구와 학문 발전 저해는 물론 후진들의 앞길도 가로막게 된다.

외국에서도 의회와 정부에 교수들이 진출하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대부분 교수직을 사퇴한 이후에 나선다. 가령 미국 주립대학은 아예 법으로 교수들의 정치활동을 규제하고 있다. 일본은 명문화된 법은 없지만 정계에 진출한 교수들은 사직하는 것이 관례다. 어떠한 경우에도 대학의 학문적 공백과 학생의 수업권을 침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들도 폴리페서에 대한 규정이 많이 엄격해졌지만 여전히 유연하고 온정적이다. 그러나 교수의 정치 참여는 법 이전에 개인의 양심 문제다. 교수의 본분을 다할 수 없다면 스스로 자리를 내놓는 것이 지성인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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