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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방송4.0시대, 채널사업자만 있고 시청자는 없나
지상파 블랙아웃 사태피해

국민 볼모로 삼은 막장싸움

방통위의 늑장 중재 ‘씁쓸’

다채널시대 맞는 서비스를


지난해 9월 케이블 MSO의 지상파 재송신에 따른 대가 지불 결정 판결 이후 예견됐던 재앙이 실제로 벌어지면서 방송 정책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벌어진 지상파 블랙아웃 사태의 피해는 수신료와 케이블TV 요금을 이중으로 지불하고 있는 대다수 케이블TV 가입자에게 돌아갔다. 전국 2000여만 가구 중 케이블 가입자는 1490여만 가구이므로 ‘국민을 볼모로 삼은 싸움’이었다는 비난이 나올 만하다. 채널사업자로서 지상파 대 케이블 간 이권 다툼에 시청자는 보이지 않았다. 

블랙아웃 사태 와중에도 지상파와 케이블은 각기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높이느라 바빴다. 지상파는 케이블이 가입자를 현 수준으로 늘릴 수 있었던 게 누구 덕인지 생색을 냈고, 홈쇼핑 편성으로 챙긴 매출 실적을 공개했다. 케이블도 지난해 HD 서비스를 중단했던 때와는 기세가 달랐다. 종편의 가세로 대거 늘어난 뉴스 프로를 통해 지상파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격했다. 지상파가 수신료 수입 외에 올린 광고 수익을 거론하며 허를 찔렀다.

이번 사태로 악역은 케이블TV 사업자가 맡았지만, 종편 등 신규채널은 늘리면서 다채널 시대 대비에 늑장을 부려온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책임론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방통위는 설마했던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지고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뒤늦게 양측을 압박해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 언론계와 학계에서 지적해왔던 지상파 재송신제도 개선안 상정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이틀 만의 정상화도 지난 20일 방통위 회의에서 지상파 재송신제도 개선안건이 보류됨으로써, 일시적인 봉합에 그칠 전망이다. 가까스로 타결된 CJ헬로비전과 지상파 간의 협상은 제도 개정 전까지 효력이 있는 시한부용인 데다, IPTV나 위성방송 사업자도 재계약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히 지상파가 재송신료로 요구하는 280원과, 케이블TV SO가 주장하는 100원의 ‘차액’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케이블은 재송신 중단 채널의 첫 번째 타깃으로 KBS2를 겨냥함으로써, 의무재전송 대상과 범위의 재정비가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 충분히 전달했다. 현재 KBS2는 공영방송임에도 의무재송신 대상이 아니다. 한편 종편은 주파수를 사용하지 않는데도 의무송출 채널로 분류된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의무재송신’이라는 상식에서 벗어나는 방송 법, 제도다.

미국은 1992년 재송신 동의 선택제 도입 후 네트워크 계열의 인기 채널이 송출 중단을 무기로 재송신료 인상을 요구하고, 신생 지상파가 SO에 송출료를 지불하는 분쟁을 겪었다. 지상파와 케이블 사업자 간의 갈등으로 주요 채널의 송출 중단 사태까지 경험한 연방통신위원회는 지상파의 재산권을 인정하는 저작권법 체계가 있지만, 별도로 지상파 재송신에 대해서는 보편적 서비스로 규정하고 별도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주의인 미국도 저작권법보다 방송의 공공성에 가치를 두는 대목이다.

미디어 생태계는 다채널, 멀티 플랫폼 시대를 열며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팟캐스트가 강력한 매스미디어의 목록에 이름을 올린 지금, 내일은 어떤 매체가 주역이 될지 모른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게 방통위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상파 방송의 범위와 저작권료 지불 대상을 조속히 재설정해야 한다. 지상파의 존재 이유와 공적 가치를 제고함으로써 시청자 복지를 방송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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