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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메리칸 드림은 옛말…美도 개천서 ‘용’ 나기 힘들다
NYT “유럽보다 덜 평등”

美 경제적 지위 이동성 분석


소득하위 5%가정 자녀

성인돼도 42%가 그수준


명문대 부유층에 더기회

교육기회 차단막 등 원인

미국의 사상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혁신의 아이콘’ 고(故) 스티브 잡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이들의 공통점은 불우한 가정환경이나 인종ㆍ성에 대한 편견 등을 딛고 부와 성공을 일궈낸 미국인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에게서 보듯 ‘기회의 땅’ 미국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이 날 확률이 높을 것이란 예상은 그럴듯해 보였다.

그런데 현실은 딴판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력만 하면 누구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은 옛말이 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미 유력 언론 뉴욕타임스(NYT)는 꼬집었다.

NYT는 최근 수년간 발표된 주요 논문들을 인용, 미국은 경제적 지위의 이동성이 오히려 유럽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덜 평등한 사회라고 보도했다.

마르쿠스 잔티 스웨덴대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소득수준 하위 5% 가정의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여전히 같은 생활수준에 머무르는 비율이 42%에 달했다. 두 명 중 한 명꼴로 가난의 대물림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덴마크(25%) 영국(30%) 등 전통적으로 계급 이동이 힘든 것으로 알려진 유럽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반면 미국에서 소득수준 하위 5%의 아이가 어른이 돼 상위 5%에 진입한 경우는 8%에 그쳤다. 덴마크와 영국의 경우 각각 14%와 12%였다.

문화가 비슷하고 인구가 적은 캐나다와 견줘서도 미국에서의 신분 상승은 더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마일스 코라크 오타와대 교수의 논문을 보면 소득하위 10% 가정의 아이가 성년 시절에 같은 생활수준에 속하는 비율은 미국이 22%로 16%의 캐나다를 앞질렀다. 반대로 상위 10% 가정의 아이가 어른이 돼서도 같은 단계에 속하는 비율 역시 미국이 22%로 캐나다의 18%를 웃돌았다.

이처럼 예상을 깨고 미국에서 신분 상승이 제한적인 것은 빈부격차의 확대로 인해 출발선이 너무 크게 벌어진 탓이다. 코라크 교수는 “미국에서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집안 배경이 성공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들끓었던 월가 점령 시위도 이런 불만에서 터져나왔다. 당시 시위대들은 미국의 부가 집중되고 있는 1%인 ‘월가’의 횡포와 ‘그들만의 리그’를 고발했다.

고학력 청년실업자가 넘쳐나는 고용시장과 불평등한 교육 기회도 계층 이동을 가로막는 차단막이 되고 있다. NYT는 자교 출신 부모나 부유층 자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미 명문대들의 교육 풍토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민자들의 아메리칸 드림도 허울 좋은 구호가 된 지 오래다. 이면의 고통스런 현실과 맞닥뜨려 역이민을 고려하는 이들도 늘고 있는 게 미국 내 현실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코미디언 조지 칼린은 생전에 “아메리칸 드림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것을 믿기 위해선 수면상태여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 허상을 비꼬았다.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말을 기억하는 미국인들은 쓴웃음을 짓고 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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