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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하이 전통정원…400년 비밀을 엿보다
효심깊은 明관리 18년 걸쳐 완성한 걸작 ‘예원’…기암괴석·바위사이로 낸 계단·바위 뚫은 문 등 미로같은 구조에 경외감이…
양쯔강과 동중국해가 만나는 양쯔강 삼각주에 자라잡은 ‘천지개벽’의 도시 상하이. 한때는 서양 열강의 교두보였던 이 눈물의 도시는 지금은 아시아의 금융허브, 약속의 땅이 됐다.

상하이는 다른 도시보다 서양의 문물을 빨리 접하면서 색다른 개성과 오래된 멋이 도시 곳곳에 묻어 있다.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이 어우러져 베끼기 어려운 독특한 풍경을 지녔다.

상하이 중심가를 뚜벅뚜벅 걷다 보면 공동주택을 제외하곤 같은 모양의 건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도시 미관을 위해 비슷한 디자인의 건축을 강력하게 규제한 시당국의 노력 덕분이다. 또 고풍스런 스쿠먼 블록 형식의 건물과 유럽식 노천카페가 어우러진 신천지, 예술인 촌, 명동보다 화려한 남경로 등 잘 빚은 도시의 모양이 나그네의 혼을 빼앗는다.

▶동방명주ㆍ예술인촌 모간산루=1991년 7월 착공에 들어가 1994년 10월에 완성한 동방명주탑은 상하이의 마천루로 불리는 경제중심지 푸둥 루자쭈이(陸家嘴) 금융구에 있다. ‘동양의 진주’라 불리며 상하이 야경의 대표 관광지다. 황푸강과 주변의 고층 건물이 어우러진 야경이 중국과 상하이 발전의 오늘을 말해주는 곳이다. 하지만 이날따라 궂은 날씨에 연무 낀 야경에 만족해야 했다.

상하이는 야경도 일품이지만 예술이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신흥 미술작가의 창작과 전시공간이 빼곡한 모간산루(莫干山路)는 옛 제분공장, 방직공장 지대를 1989년 대만의 건축가가 대대적으로 개조하면서 탄생했다. 카페 공예품 상점이 빼곡한 골목길은 조금은 썰렁하지만 일단 회색빛의 낡은 건물로 들어서면 내부의 화랑은 느낌이 180도 다르다. 벽에 걸린 현대식 중국 미술작품에 눈길이 멈췄다. 중국뿐 아니라 홍콩, 영국, 한국, 스위스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예술인 200여명이 갤러리를 열고 있다. 밤이 되자 거리 카페의 커피 향기와 운치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과거의 중국 향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명·청시대 정원‘ 예원’은 전형적인 강남식 정원으로 유명하다.                    [사진제공=중국국가 여유국 서울지국(중국의 관광분야 관청 서울지사)]

▶상하이의 과거를 만나고 싶다면 명ㆍ청나라의 정원 ‘예원’이 진풍경=현대식 고층 건물이 빼곡한 상하이에서 그나마 과거 중국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명ㆍ청시대 정원 ‘예원’ 앞 거리다.

전통양식의 4, 5층짜리 건물들이 처마끝마다 하늘을 찌를 듯 곡선과 직선의 위용이 대단하다. 건물마다 붓과 벼루 도자기 등 공예품점과 금은방, 화랑, 음식점이 모여 있다. 우리로 치면 인사동 골목으로 사람구경이 더 큰 재미다. 골목마다 상점마다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인산인해다. 건물엔 역사가 없다. 상하이 엑스포 등 최근의 각종 행사를 위해 5, 6년 전에 급조된 건물뿐이다.

건물숲을 지나니 오래된 정원 ‘예원’이 나온다. 넓고 호방한 베이징의 정원과 비교해서 한정된 공간을 오밀조밀하게 꾸민 전형적인 중화대륙 강남의 정원이다. 1559년에 착공해 역사가 400살이 훌쩍 넘었다. 바위와 건축물이 정원의 주제다. 명나라 때 관리가 부모에게 효도하기 위해 18년에 걸쳐 지었다. 입구부터 기묘한 바위들 사이로 누각과 주택, 연못이 웅크리고 앉았다. 건물 사이를 오가려면 바위 사이로 낸 계단이나 바위 가운데를 뚫은 문을 지나야 한다. 토끼굴이나 미로와도 같다. 사이사이엔 드문드문 벽돌로 된 골목길도 만난다. 문은 원형이나 아치형으로 멋을 냈다. 연못을 지나는 다리 가운데 중국 전통악기 비파를 연주하는 백발 노인에 눈길이 멈췄다. 처연하게 아름다운 비파소리를 듣자니 물 위에 명ㆍ청나라의 옛 영화가 다시금 비추는 듯싶다.

▶상하이 임정청사ㆍ신천지ㆍ중국 공산당 탄생지=상하이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1926∼1932년)가 남아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찾는 명소다. 청사 입구부터 낡고 초라했다. 상하이의 전통주택 스쿠먼(石庫門)식 주택이 빼곡이 들어선 서민 주거지 골목길에 자리잡고 있다. 대각선 앞집에선 한 노인이 대문 앞에 조리대에서 고기며 감자를 썰다 말고 나그네를 쳐다본다.

청사 철문을 지나 입구에 들어서니 청사라고 부르기도 어색한 좁디좁은 3층 가정집이다. 1층 입구엔 태극기와 임정 당시 사용했던 물품들이 서럽게 시선을 붙잡는다. 관리인은 중국인 여성들로 서툰 우리말로 사진을 찍지 말라고 다그친다. 2층 3층에 좁은 집무실과 침실, 그리고 임정 당시 사진과 문서를 전시하는 거실이 나온다.

임정청사 옆 신천지는 상하이의 파리로 불린다. 고급 레스토랑과 노천카페, 외국 명품 의류상점이 즐비하다. 2001년 홍콩 재벌이 상하이 당국의 허가를 받아 조성한 거리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은 현 중국 정부의 모태가 된 ‘중국 공산당’의 발원지다. 1921년 7월 23일부터 1주일간 마오쩌둥(毛澤東), 둥비우(董必武) 등 13명이 중국 공산당 창당을 선언했다.

상하이=심형준 기자/cerj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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