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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사람들은 신사동 가로수길로 모이나
1990년대 후반만 해도 가로수길의 풍경이라는 것은 철물점과 수입서점, 지금도 굳건히 자리를 지미고 있는 산부인과 정도가 그 곳을 메운 전부였다. 신사역과 압구정역을 가로지르는 그 길이 ’가로수길’이라 불리며 세련된 뉴욕 감성의 카페와 레스토랑, 트렌드세터라며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스타일의 의류와 액세서리 가게가 즐비한 이 곳 가로수길은 이제 서울을 사는 2, 30대에겐 빼놓을 수 없는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떠올랐다. 홍대 앞이나 이태원 못지 않는 자기만의 색을 가진 지역이었다. 그런데 이제 달라졌다. 쇼핑객과 관광객이 모여들자 가로수길도 빠른 속도로 상업화되며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

이에 대한 지적이 14일 한국학중앙연구원 문화와종교연구소가 ‘한국 도시의 다양한 면모’를 주제로 진행한 학술회의에서 나왔다. 박상미 학국외대 교수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생애사: 소비문화와 장소정체성의 인류학적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신사동 가로수길의 정체성을 인류학적으로 분석했다.

먼저 시간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로수길은 생산자들이 모여 인위적으로 조성한 상업거리가 아닌 이용자들에 의해 자연 발생적으로 발달해온 특색있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 논문에서 가로수길의 생애사를 연구하는 것은 이용자의 수요가 어떻게 한 공간의 장소 정체성을 만들어가는지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로수길로 모이는 이유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작고 특색있는 카페들이 자리하던 곳에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들어서며 예전의 분위기는 사라졌다.

가로수길이 처음 생겨날 때부터 가로수길의 정체성을 형성해온 작은 규모의 가게들은 최근 급등한 상가임대료 탓에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그 자리에 커피 전문점, 도넛 전문점, 주점 등 수익성 높은 업소들이 자리를 지키게 된 것.

가로수길의 변화는 특정 장소의 정체성 변화 과정에도 맞닿아 있다. 가로수길처럼 자생적인 변화를 겪어온 장소들은 대부분 일정한 변화의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이다.

먼저 특정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건을 찾아 모여든다. 뉴욕 맨해튼의 소호, 서울의 인사동, 삼청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로수길도 주요 화랑과 세계적인 패션학교의 서울분교가 자리를 잡으면서 예술계와 패션계 인사들이 이 지역으로 오게 됐다.

두 번째 단계는 이들이 선호하는 분위기의 상권이 형성된다. 예술적 분위기를 가진 카페, 다양한 외국 음식점 등이 생겨난다. 이는 곧 이용자들의 특색에 맞춰 형성된 독특한 분위기가 다수의 일반이이 매혹을 느껴 유입되는 것이다. 방문자의 증가는 당연히 지역 상권 확대로 이어지며 지대와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것이 세 번째 단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임대료를 부담할 수 없는 업소는 결국 그 지역을 떠나고 대중 브랜드 상점들이 들어오면서 그 지역은 독특한 매력과 정체성을 잃게 된다.

박 교수는 현재 가로수길에 이 단계를 적용해 볼 때 장소 정체성의 매력을 찾아 많은 일반인이 오는 시기에 해당되지만 가로수길이 매력을 잃고 일반적인 상업지역이 된다면 과연 상승한 임대료를 부담할 만큼의 매력적인 지역으로 계속 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논문을 통해 지적했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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