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아로마를 가진 전형적 와인스타일을 만드는 천재, 이브 뀌에롱
프랑스 북부 론 지역의 떠오르는 슈퍼스타인 이브 뀌에롱의 이브 뀌에롱(Yves Cuilleronㆍ50) 대표가 내한했다. 한국에서도 론지역 와인을 애호하는 마니아들 사이에 이브 뀌에롱은 큰 인기를 모으고 있어 그의 방한은 적지않은 관심을 모은다.

3대에 걸쳐 계승되어온 와이너리 도멘 이브 뀌에롱은 1920년 설립돼 1947년 들어 최초로 와인을 병입해 판매했다. 1987년부터 현재의 대표인 이브 뀌에롱에 의해 와인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현재 쌩 조셉(Saint-Joseph), 꼬뜨 로티(Cote Rotie) 등 연간 30만병을 만들어내는 북부론의 톱 와인메이커로 성장했다.

특히 이브 뀌에롱의 와인 가운데 화이트와인인 비오니에(Vionier)는 디켄터 지가 선정한 “죽기 전에 꼭 마셔야 할 60가지 밸류 와인”에 오른 와인이다. 연간 1만5400병이 생산되며 맑고 투명한 옐로우 화이트 색상의 이 와인은 꽃향을 품고 있어 산뜻한 자연을 맛보게 해준다. 여성들 사이에서 아주 인기가 높은 와인이다.



또 이브 뀌에롱 시라(Yves Cuilleron Syrah)와 쌩 죠셉(Saint-Joseph), 꼬뜨 로티(Cote Rotie), 꽁드리유(Condrieu)는 기품 있는 고급 와인으로 명성이 높다.

먼저 이브 뀌에롱 시라 ‘레 깡디브’(Yves Cuilleron Syrah ‘Les Candives’)는 8개월간 오크에 숙성시켜 연간 1만3000병을 생산하는 와인으로, 검붉은 진한 레드 와인이다. 시라의 경우 잘 익은 과일의 맛을 음미할 수 있고, 훌륭한 구조감으로 와인 자체에서 강한 힘을 느낄 수 있다.

꼬뜨 로티 ‘마디니에르’(Cote-Rotie ‘Madinieres’)는 진한 루비의 아름답고 오묘한 색상의 와인으로 18개월간 오크에 숙성시켜 1년에 8800병 밖에 생산하지 않는 고급와인이다. 로버트 파커가 극찬한 이브 뀌에롱 꽁드리유 ‘라 쁘띠 꼬뜨(Yves Cuilleron Condrieu ’La Petite Cote‘)는 9개월간 오크 숙성해 연간 2만2000병을 생산하는 와인. 밝고 투명한 옐로 색상의 너무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미디엄바디 와인이다. 

와인은 흔히들 ‘시간이 빚은 예술’이라고 한다. 포도나무를 심어 그것을 수확해 숙성시켜 한 병의 우아한 와인으로 만들지까지 그 모든 과정은 ‘하늘과 함께 움직이는 시간’이라고 표현한 이브 뀌에롱. 그는 프랑스 북부 ‘론 지역의 슈퍼스타’라는 닉네임을 달고 다니는 와인메이커다. 미국의 저명한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는 그에 대해 “너무 무게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짙은 풍미와 아로마를 가진 전형적인 와인스타일의 꽁드리유(Condrieu)를 만드는 천재”라고 평했다.

그저 음식을 사랑하고 여행을 좋아했던 엔지니어(기계공학 전공) 청년이 2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뛰어난 와인메이커가 돼 한국을 찾았다. 이브 뀌에롱을 한국에 소개하고 있는 비노쿠스(대표 최신덕)의 초청으로 내한한 그는 나흘간 한국에 머물며 여섯번의 시음회 일정에 참석한다. 또 국내 와인 전문가와 마니아들을 연속적으로 만난다. 그 가운데 방한 둘째날이었던 12월 첫 날, 서울 삼청동의 ‘샤테뉴’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그를 만났다. 초록 바다빛 눈을 가진 그는 느긋했고 여유로웠다. 비옥한 대지의 촉감을 가슴에 품고,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바라보며 인내하는 그의 삶은 오직 하나로 집중된다. 바로 와인이다. 마시는 이를 기쁘게 하고 행복감에 젖어들게 하는 와인 말이다. 



- 와인과 운명적으로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할아버지께서 론 지역에 와이러니를 갖고 계셨다. 집안에서 와인사업을 소규모로 한 셈이다. 그런데 삼촌이 뒤를 잇고 계셨기에 나는 와인엔 별반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알자스 지역에서 군생활을 할 때, 각자 자기 지역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행사가 열렸다. 바로 그 날, 와인이 내게 운명적으로 다가왔다. ‘첫 눈에 반했다’고 해야 할까? 다른 지역과 경쟁을 하다 보니 내 지역 와인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선 언제나 맛 좋은 요리와 와인을 식탁에 올리시곤 했다. 와인과 함께 음식을 맛보는 것은 내겐 늘 자연스런 일상이었다. 결국 한 순간에 와인이 갑자기 다가온 게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청년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 내 삶에 와인이 스며들어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곤 운명적으로 와인이 다가왔다. 그 때가 1987년, 스물다섯이었다. 삼촌이 팔기 위해 내놓은 와이러니를 내가 인수했다. 당시만 해도 북부 론 와인이 다소 침체기였기에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인수할 수 있었다. 운명적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운명을 지나 너무도 만족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 사실 와인을 만드는 사람은 농부나 다름없다. 늘 땅 위에 서서 포도를 수확하고 한 병의 와인으로 만들어지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포도주를 만드는 그 모든 과정이 정말로 행복하다.

-운명처럼 뛰어든 일, 성공에 대한 직감은.

내가 살고 있는 론 지역은 원래 값비싼 고급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20세기에 접어들며 그들은 좋은 와인, 비싼 와인, 자기가 모르는 와인을 마시지 않기 시작했다. 따라서 론 지역 와인은 한동안 침체를 겪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중반부터 사람들이 알코올 소비를 줄이고, 품질이 뛰어난 와인을 서서히 찾기 시작했다. 1970년대말까지 고급 와인이 잘 팔리지 않았기에 삼촌의 비즈니스는 어려움이 컸지만 나는 ‘좋은 와인을 향한 붐’이 조금씩 오리라는 직감이 있었다. 론 지역 고급 와인의 붐이 다시 일어나리라 믿었고, 실제로 1990년대부터는 북부 론지역을 중심으로 비약적인 발전이 이어졌다.

시점이 좋았다.나 스스로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4헥타르(hectare)를 가지고 시작한 땅이 이제는 50헥타르가 됐다. 좋은 땅이 보이면 그것을 사서 포도를 기를 수 있었다. 심지어 땅을 가진 사람 중에는 “땅을 놀리느니 포도를 길러봐라”며 조건 없이 내주기도 했다. 잊혀진 땅에서 무너져내렸던 론지역 와인들이 ‘품질 중심의 소비’로 바뀌면서 조금씩 호전돼 오늘에 이르게 됐다. (이브 뀌에롱의 와인은 프랑스 자체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인기가 많아 전체의 70%가 소비된다. 불과 나머지 30%가 미국 일본 한국으로 수출돼 와인마니아들과 만나고 있다.)

-와인을 만들 때 가장 힘들고 지루한 시간은.

없다. 모든 과정이 다 좋다. 좋은 와인의 90%는 포도가 결정한다. 그 좋은 포도를 만들기위해 기다리고 땀흘리는 시간이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다. 단, 걱정하는 시기는 있다. 늘 좋은 날씨만 있을 순 없기 때문이다. 나쁜 기후가 오면 당연히 걱정이 되지만 그것을 맞닥뜨려 이겨내는 과정도 즐기고 있다. 악천후로 인해 포도의 품질이 100%에 미치지 못하는 해에는 뛰어난 양조전문가들의 역량이 좀 더 발휘된다. 그것이 내게는 게임이고, 도전이다.

-첫 번째 와인으로 상을 받았는데.

1987년 삼촌의 와이러니를 인수해서 바로 그 첫 와인으로 콩쿨에 나가 상을 받았다. 그 때는 삼촌의 레이블과 스타일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었다. 기뻤다. 이후로 나는 와인의 품질을 좀더 끌어올리는 작업에 힘을 쏟았다. 온전히 나의 와인으로 만들기까지는 4, 5년쯤 걸렸다. 삼촌의 장비를 처음엔 그대로 썼지만 1, 2년 뒤부터 서서히 나의 것으로 바꾸고, 차근차근 배워가면서 나의 와인으로 다져나가게 됐다. 모험을 즐기지만 조급하지 않은 성격이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분배되며 조금씩 발전할 수 있게 됐다.

-롤모델, 영감을 준 와인메이커는.

스스로 익혀야 하는 과정이었지만 어떤 누구를 따라가려고 한 적은 없다. 론은 한 때 버려진 지역이었지만 다른 지역에 가서 롤모델을 찾으려하진 않았다. 굳이 찾자면 삼촌이었다. 도멘을 물려준 삼촌의 와인이 어릴 때부터 좋았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면서 좀더 기품있고 우아하며 좋은 와인을 만들려고 혼신을 쏟았다. 그 결과 오늘날 까다로운 프랑스의 와인마니아와 전문가 및 세계 각국의 와인애호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티스트 로베르 브라쏘(Robert Bourasseau)와 공동작업을 한다고 들었다.

어느날 세계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나만의 스페셜 와인을 만들고 싶었다. 그 작업을 로베르 브라쏘(론 지역의 유명한 아티스트로 로베르 브라쏘는 실제로 이브 뀌에롱의 와인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와인 마니아다)와 함께 하게 됐다. 그에게 그림을 부탁했다. 브라쏘는 매해 나의 와인을 마시며, 해마다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은 레이블에 쓰인다. 일종의 ‘브라쏘 헌정 와인’인 셈이다. 그는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함께 참여한다. 요즘 브라쏘는 2010년 빈티지 와인에 대한 그림작업을 하고 있다.

- 이브 뀌에롱이 추구하는 와인은.

포도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자연과 함께 움직이는 시간이다. 물론 영업에 돌입하면 나 역시 휴대폰과 컴퓨터를 끼고 산다. 그렇게 3, 4일을 지내고 나면 다시 포도밭이 그리워진다. 돌아갈 포도밭이 있기에 적당히 균형을 맞추며 지내고 있다. 와인도 그렇다. 프랑스에서는 천천히 식사하며 즐기는 습관이 있다. 맛있는 음식을 맛있는 음식과 함께 천천히 즐기는 것만큼 즐거운 인생이 어디 있을까. 나의 와인은 그럴 때 필요하다. 늘 휴대폰을 손에 쥐고 현실에 쫓겨 빠른 일상을 살아야만 하는 한국인에게도 그런 나의 와인을 권하고 싶다. 천천히 음미하며 그날의 식사를 만족시키는 와인이 가장 좋은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와인은 자기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기에 나는 마실 때 기분 좋은 와인을 만들려고 한다.


▶ 이브 뀌에롱의 와인?

30~40대, 건강한 장년의 나이. 20대의 푸릇한 싱그러움은 사라졌지만 세상을 적당히 알아 재미와 성찰이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룬, 그 깊이를 알아가는 시기. 때에 따라 세상에 관대하고 너그러울 수도 있는 때. 마음의 장벽이 세상 안에서 적당히 허물어져 누구라도 쉽게 넘나들 여유가 있는 나이. 그 시기를 와인으로 대체한다면 바로 이브 뀌에롱의 쌩 죠셉 ’라마리벨르‘(Saint-Joseph l’Amarybeelle)로 설명된다. 혀를 감싸고 조여주는 느낌이 거슬리지 않는 와인. 입안을 꽉 채우면서도 끈적이지 않고 적당히 농축됐다. 더 깊이 안다면 또 다른 맛을 알겠지만 누구라도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와인, 마음 한 켠 여유가 새겨지고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와인. 그게 바로 이브 뀌에롱의 와인, 넉넉하고 부드러운 인성의 만든 이를 꼭 닮은 와인이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