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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바보상자의 역습’이라고?

  • 기사입력 2011-12-0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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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TV는  ‘바보상자’라고 믿었다. 흑백 브라운관 앞에 모여 소리치고 눈물도 짜냈다. 그 녀석 앞에만 앉으면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잠그고 귀는 열고 동공을 열어젖혔다. 한눈이라도 팔면 손해였다. 왜냐고? ‘그 순간’을 놓치니까. 그래서 옆자리에 묻기라도 하면 한대 쥐어박히기 일쑤였다. 그랬다. TV 앞에서는 너와 내가 없고 대화도 없었다. 아기도 울음을 그쳤다. 그런데 아무도 그 이유를 알려들지 않았다. 답은 ‘바보상자’인데도. 

바로 어제 4개 종합편성채널(종편)이 개막됐다. 탈도 많고 말도 많았다. 2007년 당시 이명박 대선후보의 신문ㆍ방송 겸영 공약을, 2년 뒤 한나라당이 소위 ‘미디어법’으로 제정, 강행처리한 결과다. 신문과 대기업이 방송에 뛰어들도록 한 것이 핵심이자 특혜 시비의 이유다. 종편 주인은 조선, 중앙, 동아, 매경(조중동매)으로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신문매체그룹이라는 게 미운털이다.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잔칫상에 재 뿌릴 생각은 없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시장에서 힘 자랑 해댈 것이라는 주장에는 일응 수긍하되, ‘졸속 종편’ ‘언론시장 교란’ ‘무한 특혜’ ‘민주주의 대재앙’ 등등 반대편의 질타와 돌팔매질에는 추호도 동참할 의사가 없다.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과 방송 다양성 확대라는 원론만 제대로 지켜도 긍정적이라는 게 평소 생각이다. 4개씩이나 허용한 것만 빼고 말이다. 유쾌한 오락과 예능 프로는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제공해 행복지수를 더 끌어올린다. 그 수혜자가 바로 아내이고 아들딸이다.

정색하고 걱정되는 것은 과잉경쟁이 몰고 올 부작용이다. 파이는 줄어들 판인데 배분이 두배 이상 늘어나는 방송시장은 보물섬이 아니다. 결국 시청률 경쟁이 문제다. 재미를 추구하니 오락 강도가 높아지고, 중독성에 도사가 된 작가와 PD 선생은 죽어라 이 방향을 달리려니 폭력적이고 선정적이 된다. 점잖게 말하면 ‘방송 콘텐츠의 질적 저하’이고 급하게 말하면 ‘저질 프로’가 나오는 배경이다. 더 큰 문제는 ‘대박 병’이다. ‘TV 한번만 제대로 타면 스타가 된다’는 망상이 버젓이 사회 중심을 흐른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것은 대박의 확률이다. 청계천에서 숭어 잡을 가능성과 맞먹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무리수를 두고 과도한 욕심을 부리게 되는 것이다.

문제가 여기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농밀한 장면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불륜막장 드라마’의 폐해는 심각하다. 살벌한 폭력 장면까지 어우려져 무방비 상태인 어린 학생, 미성년자들에게 그대로 쏟아진다면 그 결과는? 물론 TV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생 300여명에게 물었다. 대중매체의 오락 프로그램이 언어습관에 영향을 미치느냐고. 대부분이 “예”라고 했다. 대중문화라고 모두 매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싸구려를 구분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급기야 학교 폭력은 뉴스 축에도 들지 못하는 지경이다. 담배를 빼앗은 교감선생님이 중학생한테 매 맞는 현실이다.

TV를 너무 오래 바보상자로 부른 때문일까. 몇 해 전 ‘바보상자의 반격’(스티븐 존슨)이라는 책이 화제를 낳았다. 방송ㆍ영화ㆍ게임ㆍ인터넷 등 대중매체가 오히려 대중을 각성시키고 더 똑똑하게 만든다는 강변이다. 쓰레기로 폄하하는 대중문화가 독서보다 더 값질 수도 있다는 비약이 용감했다. 우디 앨런의 영화 ‘슬리퍼’에서 지방이나 스테이크, 크림파이같이 다이어트의 적인 음식들이 실제로는 몸에 좋다는 주장이 그 배경이다. ‘슬리퍼 커브’라는 이론이다. 과연 그럴까. 피와 살이 터지고 뇌쇄적인 장면을 모방하는 우리 현실은, 난무하는 폭력시위와 욕설 그리고 괴담을 퍼나르는 이 땅의 SNS 풍조는 어떻게 하라고 묻는다. TV 범람시대, ‘홍수에 먹을 물 없다’는 말이 자꾸 뇌리에 맴돈다.

황해창 논설위원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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