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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 오딧세이> 野神-헐크의 갈등을 지켜보며…
얼마 전 ‘야구의 신’(야신)이라 불리는 ‘김성근’감독이 작심하고, 제자이며 후배인 헐크 이만수감독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 이유는 본인이 중도하차한 시점에 “이만수감독대행의 언행이 예의가 없었다는 점과 그간의 설왕설래에 대해 진실을 말하라”는 요구였다. 이에 대해 이만수감독은 모처럼 말을 아끼며 “감독님을 존경하며, 프로야구에 다시 복귀하시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 진정 내 마음”이라고 자신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두 감독간의 설화(舌禍)를 지켜보며 깊게 잠기는 상념 중에 유독 한 가지 사실에 집중케 된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라는 진위여부를 가리는 것 보다, 왜 이러한 사단이 일어나게 됐는지, 그 원인과 이유를 더 알고 싶다. 처음부터 두 사람의 조합은 상이하면서도 특별한 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야신은 혼(魂)의 야구를 강조하고 있다. 이기는 야구 이전에 ‘지지 않는 야구’를 표방했다. 상대팀을 분석해 도출될 경우의 수를 면밀히 따지는 데이터 야구를 신봉하면서, 일본야구의 세밀함을 가미하고 싶어 했다.

반면 헐크는 미국의 메이저리그 코치경험으로 인해, 재미(Fun) 야구를 강조하며 ‘스몰볼’보다는 ‘빅볼’방식을 지향하는 호쾌한 야구스타일을 펼치고 싶어 했다. 더군다나 선수시절 삼성과 남겨진 은원(恩怨)의 잔존감이 있어 더욱이 자신의 존재의미를 빨리 확인받고자 했다. 조합을 이루는 무게의 저울이 균형감을 잃을 듯 했다.

하지만 세상사 아무리 복잡하다해도 단순논리가 존재하기 나름. 조합을 만드는 강력한 키워드가 있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공통된 목표의식 말이다. 뿐만 아니라 SK구단은 이 같은 조합을 형성할 때부터 이미 향후 후계구도에 대해 삼자간의 묵계를 시도했다는 것이 정설에 가깝지 않았던가? 굳이 이제와 새로울 것은 없다.

단지 일이 터지고 난 후 시위를 벗어난 화살의 과녁이 세련되게 봉합처리를 못한 구단으로 향하지 않고, 이상하게도 당사간의 감정으로 비화된 모습이다. 궁사의 활시위가 돌연 갈 길을 잃은 것인가? 여하간 구단은 지금까지 진중하고 일관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마치 야구 판에는 관계자만 있고 팬은 없는 양상이다. 먹먹해진다. 가뜩이나 우리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현상과 세대 간의 갈등이 야구장으로 옮겨온 것 같아서. 열정과 순수와 환희로 가득차야 할 신성한 스포츠 현장에 말이다.

무엇보다 야신은 그를 따르는 코치진의 이동을 염려했다. 무릇 이 부분에 자유로울 감독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감독의 운명과는 별개로 역량 있는 코치진은 옥석을 가려, 조건 없이 승계하는 올바른 스포츠 문화가 이 땅에 정착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100만 관중을 달성한 구단의 능력과 더불어 ‘인사가 만사’라는 우리네 격언을 한 번 더 상기해 봤으면 하는 기대를 품어 본다. 이제 아이와 손잡고 석양빛 노을이 살포시 잦아드는 문학구장으로 응원갈 날이 무척 기다려진다.

칼럼니스트 변재곤 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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