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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 화폭에 담아낸 존재의 흔적·숨결
AAIPS서 김혜련展
검은 화폭 속에 사과, 감, 꽃이 빛을 발하는 진중한 회화를 선보여온 김혜련(47)이 서울 신문로의 아산정책연구원 갤러리(AAIPS)에서 작품전을 열고 있다.

‘Heryun Kim:1992 – 2011’이라 명명된 이번 전시는 지난 20년간의 작업을 정리하는 일종의 중간결산전. 내년 1월 21일까지 계속될 전시에 김혜련은 9점의 대작 회화와 3점의 드로잉 연작을 내놓았다. 대부분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서울대 독문과를 나와 독일에서 미술을 전공한 김혜련은 동서양 양식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작업한다. 유화물감과 먹을 동시에 연구하는 그는 화려하면서도 서정적인 색조로 과일이나 꽃, 풍경을 자신만의 독자적 붓질로 깊이 있게 구현한다. 작품은 대상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흔적이며 숨결까지 담아내며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게끔 한다.

박경리를 추모하며 그린 김혜련의 ‘굿바이, 박경리’.

‘달의 정원(Moon Garden)’이라 명명된 일련의 ‘검은 회화(black-ground paintings)’는 작가가 독일에서 수학하며 접한 유럽 대가들의 색감과 주제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그림들이다. 이를 테면 작품의 주제를 의도적으로 뭉개버리는 듯한 두터운 질감의 검은 붓질은 카라밧지오의 암흑양식(테네브로시)을 연상케 한다. 또 여섯 폭의 기다란 캔버스를 연결시킨 대작 ‘감’은 윌렘 드 쿠닝, 리처드 디벤콘 같은 추상표현주의자들의 후기 작업과 맞닿아 있다.

반면 동양 소재인 먹으로 작업한 ‘출생 앨범(Birth Album)’은 가족앨범 속 아이들의 사진을 차용한, 지극히 사적인 작업이다. 또 작가가 지난 20년간 제작한 드로잉 컬렉션인 ‘기억 두루마리 1992-2011’ 또한 자전적 이야기가 켜켜이 덧입혀져 있다.

김혜련은 소마 드로잉센터, 드레스덴 미술관, 베를린 시립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국립현대미술관, 일민미술관, 오펜하임 문화포럼(베를린), 에스파스 루이비통(파리) 등에서도 작품을 선보여왔다. (02)3701-7323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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