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S보다 30~40% 싼 수도배관 양산
[울산=신소연 기자] 지난 18일 찾은 울산산업단지 내 현대하이스코 강관 공장은 모처럼 활기에 차 있었다. 9월부터 양산을 시작한 ‘에코 파이프(eco-pipeㆍ제품명 에코라이닝 스테인리스 강관)’ 덕분이다.
에코파이프는 철강재로 만든 탄소강관에 스테인리스(STS) 강관을 삽입해 높은 수압으로 결합한 것으로, 겉은 철인데 속은 STS인 이중강관이다. 이렇다 할 신제품이 없던 강관업계에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철재강관과 STS강관 밀착이 가능했던 이유는 하이드로 포밍(Hydro Formingㆍ수압성형) 기술 덕분이다. 강관을 금형에 넣고 그 안에 고압 액체를 쏘면 강관이 금형 모양대로 성형되는 무용접 성형 공법이다. 에코파이프 생산과정도 철재강관에 STS강관을 넣은 후 금형에 넣고 고압의 물을 넣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소성변형(塑性變形)된 내관과 원래 크기로 돌아가려는 외관의 성질로 인해 두 파이프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에코파이프가 개발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작은 ‘실수’ 때문이었다. 현대하이스코 기술연구소 경량화연구팀이 2006년 이중으로 된 자동차 머플러(배기관)를 개발하다가 실수로 2개의 파이프를 붙여버렸다.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이 기술을 어딘가에 쓸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 녹물 수돗물 사태를 보고 이 기술을 배관해 적용해 보기로 했다.
현대하이스코 울산 공장에 있는 에코라이닝 설비. 이 공정에서 스테인리스 파이프보다 30% 싼 에코 파이프를 연간 1만4000t가량 생산할 수 있다. [사진=현대하이스코] |
진경수 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개발 실수로 알게 된 이중관 기술을 강관에 적용하니 의외로 훌륭한 제품이 됐다”며 “이중강관은 독일 부팅 사가 원유 시추관으로 이미 상용화한 기술이지만 우리처럼 배관 쪽에 적용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에코파이프가 더욱 주목받는 것은 바로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녹물 수돗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녹슬지 않는 STS 강관에 대한 관심도 커졌지만 워낙 비쌌다. 하지만 에코파이프는 기존의 STS 강관 제품보다 30~40%가량 저렴해 대체수요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1995년까지 사용이 허가된 철재강관과 아연도강관이 각각 전체 시공량의 40.4%와 13.5%임을 감안하면 조만간 대규모의 신규 수요도 가능할 전망이다.
신준기 영업지원부장은 “에코파이프는 적은 양의 스테인리스로 강관을 만들기 때문에 원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며 “이미 현대건설이나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등 계열사 및 관계사에 에코파이프가 들어가고 있으며 조만간 관공서에도 납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