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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독 한국에서만…앤디 워홀 수난시대
최성수 부부-인순이 소송공방에 또 등장
왜 한국에만 오면 말썽이 생길까. 작고한 현대미술가 앤디 워홀의 걸작들이 또다시 구설에 오르고 있다. 가수 인순이(54ㆍ본명 김인순) 씨가 동료 가수 최성수(51) 씨 부부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도 워홀의 걸작 ‘재키’와 ‘플라워’가 등장, 양측 공방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워홀 작품으로 변제?=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인순이 씨는 부동산개발업자인 최 씨의 부인 P씨가 서울 동작구의 고급 빌라 ‘흑석 마크힐스’를 짓는 데 총 5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이 여의치 않자 P 씨는 현금 5억원과 앤디 워홀의 그림으로 변제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P 씨측은 "5억원은 현금으로, 나머지는 재키와 플라워로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앤디 워홀 1964년作‘ 재키’

헤럴드경제가 18일 입수한 인순이 씨와 P 씨 간의 약정서(2009년 7월 6일) 사본에 따르면 P씨는 인순이 씨에게 현금 대신 앤디 워홀의 그림 ‘재키’의 소유권을 넘기기로 합의했다. 약정서에 명기된 ‘재키’의 가격은 미화 250만달러(당시 환율 적용 시 31억5000만원). 약정서에 따르면 P 씨는 ‘재키’의 소유권을 넘기고, 3년 뒤 P 씨가 책임지고 이 작품을 매각해 딜러 수수료(10%)를 제외한 차액을 인순이 씨와 P 씨가 각각 7대3 비율로 나눠 갖는 것으로 돼 있다. 

P 씨는 또 다른 작품인 플라워(170만달러 추산)도 비슷한 방식으로 변제 명목으로 인순이 씨에 넘기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P 씨는 지난 9월 22일 ‘재키’ 등을 위탁보관하고 있던 K옥션 측에 돌연 내용증명을 보냈다.

P 씨는 이 내용증명에서  “인순이 씨가 K옥션에 위탁한 미술품을 가져가기 위해 방문할 경우 미술품을 돌려줘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P 씨가 이 같은 내용증명을 작성한 데는 양자간 투자금 정산과 이자, 세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이 시기 오리온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에 이 그림이 깊이 연관돼 섣불리 처분하기 곤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P 씨는 이를 근거로 "원금을 충분히 갚았고 양자가 합의한 약정서도 있다"고 맞서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이 같은 P 씨 측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인순이 씨 측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또 수난당하는 앤디 워홀의 걸작들=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부인 재클린 오나시스를 소재로 한 ‘재키’는 그녀의 화려하고도 슬픈 삶을 반복적 이미지로 담아내 공허함을 표현한 수작이다. 시리즈 가운데 30억원에 판매된 것도 있을 만큼 고가다. 플라워도 국내에서 워홀의 작품 중 단연 높은 경매 성사 건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귀하신 몸’이 잇단 사건에 휘말리며 체면이 엉망이 돼버렸다.

국내에 반입된 워홀 작품들의 비극은 3년 전인 지난 2008년 1월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검이 에버랜드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그의 1979년작 ‘모나리자’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며 의혹의 시선을 받은 게 시작이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지난 5월 워홀의 작품을 이용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케이스를 제작하기 위해 앤디 워홀 재단과 계약을 추진하다 애플 사의 견제로 중단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오리온의 비자금 조성과정에서도 워홀의 ‘재키’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워홀의 작품들이 이런 변고를 겪고 있는 것은 역으로 그 가치와 인기를 방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기가 높으니 거래 시도도 많고 가격도 많게는 50배까지 오른다. 대중 취향을 당당히 표방했던 워홀 스스로 “돈 버는 게 곧 예술”이라고 했을 만큼 현대미술과 금전적 가치 환산은 밀접한 관계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더라도 현실은 참기 힘든 악취가 난다. 국내에서 그의 작품은 예술품 본연의 가치는 뒷전으로 밀린 채 비자금 은닉과 로비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분쟁의 화근이 되고 있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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