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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마을1축제>끝없는 국화밭…어른도 아이도 가을의 긴여운에 취하다
서산 국화축제
올해로 열네번째…13일까지 행사

진한 꽃내음 꽃터널 지나면

한반도·하트모양 다양한 전시관

형형색색 500종류 꽃들의 향연이


직접 만지고 따다보면 한바구니 가득

행사장 뛰어노는 숨은 토끼 찾고

수확안한 사과·조각 보는 잔재미도

서산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갯내음이 그립다면 홍성IC로 들어가 일단 간월도까지 내달리면 된다. 간월도의 바다는 서해안에선 보기 드물게 푸르다. 물이 들어오면 100m 남짓 돌길이 뚝 끊겨 금세 까마득해진다. 소리를 삼켜버린 바다는 담담하고 고요하다. 어리굴젓, 조기말린 내음을 흠흠거리며 천수만으로 향하다 보면 철새들이 조는 듯 가득 햇빛바라기를 하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돌연 짓궂은 생각이 스친다. 저 완강한 침묵을 깨보고 싶은 거다. 철새들은 돌을 던져도 웬만해선 날지 않는다. 그랬다간 환경단체 감시카메라에 덜컥 찍힐 뿐이다. 서산국화축제는 맛난 것 아껴 먹듯 그렇게 에둘러 가는 게 더 좋다.

가을날 국화를 ‘성숙한 누님’으로 부르는 건 맞지 않다. 서산국화축제(11월3일~11월13일)에서 만난 국화는 선머슴 같은 계집애 같다. 어디서나 장난치며 누구하고도 잘 어울린다. 종류만 500종이 넘는다.

여름철 알타리 무와 포도, 사과가 익어가던 밭이 10월이 되면 형형색색의 국화밭으로 바뀐다. 7만평 규모에서 펼쳐지는 국화축제는 전시관 하나하나를 만날 때마다 보물 찾기처럼 탄성이 절로 나온다. 거대한 하우스 천장에 어른 팔뚝보다 더 크고 긴 수세미가 주렁주렁 달린 걸 개나리 같은 노란 국화들이 환하게 바라다 보는 모양은 웃음이 절로 난다.

유치원생들과 연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공간은 국화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 꽃 터널은 비밀의 화원이 따로 없다. 진하고 화려한 터널을 걸으며 아이들은 신나 재잘대고 연인들은 저절로 잡은 손이 떨린다. 단내가 물씬 풍기는 이곳은 벌과 나비가 계절을 잊고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잉잉거리며 분주하게 날아다닌다.

“여기 땅이 기가 맥히유. 포도도 서산관내에서 당도가 제일 높아유. 서울에서도 주문이 밀려 요기 슈퍼서도 판매할 수가 없어유.” 그런 기막힌 땅에 농부들이 국화밭을 만들었다. 가을 날씨가 좋아 꽃이 밝고 예쁘다. 축제의 최대 고객인 유치원아이들의 목소리도 드높다. 1년 내내 고생한 보람이 있다. 오직‘ 국화꽃 하면 서산!’ 이거 하나 바라고 서산 고북면 농부들은 열심히 국화를 피운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꽃 터널을 지나 나즈막한 언덕배기에 오르면 들판 가득 수놓은 국화들이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한반도 모양으로 꾸민 꽃밭, 대형 하트모양을 수놓은 국화들,그 한가운데 토끼장이 있다. 올해는 토끼가 그야말로 스타다. 관람객들은 숨은 토끼를 찾느라 눈길을 떼지 못하고 아이들은 꽃밭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이다. 곳곳에 관람용 높은 정자가 있어 사진도 찍고 쉬엄쉬엄 구경하기에 좋다.

또 다른 장관은 빨간 등불을 달아놓은 듯 수백개의 사과가 가지가 휘어지도록 달린 사과나무와 국화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관람객들을 위해 일부러 수확하지 않은 사과들이다.

올해 국화축제의 잔 재미는 조각들이다. 버려진 나무로 만든 원숭이가족들의 다양한 포즈가 재미있다. 국화를 입은 소와 멧돼지도 눈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여물을 먹고 있는 소는 ‘밤에 추워 죽겄슈. 국화옷 좀 입혀 주세유’라며 능청을 떤다.

국화따기는 단지 바라만 봐야 하는 꽃을 직접 만지고 따보며 노란 국화의 색과 향에 흠뻑 빠져 볼 수 있는 체험행사다. 꽃을 따오면 국화차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차에 쓰일 국화는 꽃봉오리가 작을수록 좋다. 간간이 간한 물에 씻어 쪄 낸 뒤 채반에 펴서 말린다. 이렇게 말린 국화 몇개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잎이 살아나면서 진한 향과 함께 노란 차가 우러나온다. 국화 한 바구니에 3000원.

서산국화축제는 올해로 14회째다. 국화를 좋아하던 은퇴한 의용소방대원들이 국화를 재배하며 주위에도 예쁜 꽃을 구경시켜 주자고 해서 시작했다. 5회 때까지는 시청 앞에서 전시하던 걸 이후로 서로 농지들을 내놓아 축제를 꾸렸다. 해를 거듭할수록 노하우도 생기고 축제위원들의 아이디어도 발전해 속이 알차다. 축제 준비는 1년 내내 이어진다. 1, 2월 산목을 해 싹내서 예쁜 꽃을 선별해 키워 낸 뒤 열흘간 꽃을 보여준다. 회원들이 자기 땅 내놓고 포클레인 빌려 땅 정지작업까지 제 돈 들여 하는 축제다.

“작년엔 축제기간 중 태풍 곤파스 때문에 하우스 2개 동이 날라가는 바람에 축제를 도중에 접어야 했지유. 1년 내내 고생을 했는데…” 최화수 축제위원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올해도 여름 내내 비가 오는 바람에 뿌리가 썩어 4번이나 새로 키워내야 했다. “그래도 가을 날씨가 워낙 좋으니까 꽃이 좋은거에유”

축제 기간은 축제위원들이 모여 그 해 일조량 등을 따져 정한다. 축제기간 10여일 동안 약 15만명이 다녀간다. 유치원생부터 국화를 좋아하는 노인들까지 다양하다. 국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이미 잘 알려져 있어 철 따라 국화를 만나러 온다.

축제의 경제성은 축제위원들의 고민거리다. 화훼산업과 연계시킬 만한 지역 토대도 없다. “화단국을 재배했다간 충청도 말로 밥 빌어 먹어유. 소비가 많지 않아서. 가을 한 철이다 보니 더 그렇죠. 예산 국화시험장에서 여름에도 피는 국화를 개발했다는데 4,5월에도 꽃을 볼 수 있게되면 농가소득에 도움이 될란지”

그래도 축제는 계속된다. “서산국화축제 가서 안 보면 병난다, 그런 단계까지 보여드려야쥬”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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