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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소·병아리 함께 뒹구는…지푸라기 놀이터 꾸며보고…입소문용 조형물 고민해봐야
“알타리 팔아서 꽃 심었슈~!”

요령이라고는 찾아 볼 수도 없는 서산시 고북면 사람들. 국화에 대한 애정이 넘치다 못해 급기야 사과농장을 뒤엎고 열네살짜리 축제를 만들어 버렸다. 잘 가꾼 국화를 시청 앞에 옮겨 놓고 전시만 하던 초반 다섯 해를 제외하고도 10년 가까이 축제를 유지해 오다니 참 대단한 어르신들이다. 축제가 열리는 고북면 가구리까지 찾아가는 길엔 별다른 이정표나 눈에 띄는 플래카드도 보이지 않았고 축제장 입구조차 인공미 잔뜩 머금은 철골구조물이 전부였다.

반전의 효과일까. 실망은 여기까지였다. 500여종에 달하는 수많은 국화꽃이 지천에 깔린 넓은 축제 들녘을 산책하다 보니 어느 덧 한송이 한송이 고이 가꾼 농부들의 정성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구석구석 손수 땅을 파고 국화를 심고 꽃틀을 만들어 수줍은 조형물을 만들어 내기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공을 들였을지 황금빛으로 발하는 수만송이의 국화꽃들을 보니 짐작이 갔다.

어르신들은 국화축제에 국화말고는 특별히 내보일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국화를 쪄서 만든 차, 국화 모양이 그려진 옛날식 빵, 국화로 만든 조형물, 국화로 만든 국화길 등 축제들녘에 있는 모든 소재에 억지스럽게 ‘국화’라는 강력한 룰을 적용하느라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보다 구체적인 실행 아이디어를 제안해 볼까 한다. 먼저 매년 축제 시작 두 달 전부터 마케팅 전문인력 1~2인을 투입하자. 서산국화축제는 대외적인 인지도가 턱없이 부족한 데 비해, 축제장의 볼거리와 관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대부분의 지역축제가 부실한 콘텐츠로 골치를 섞는 것에 비하면 매우 긍정적인 셈이다. 때문에 이 축제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전문마케터를 투입해 서산국화축제의 재미와 존재감을 살리는 작업이 시급하다. 실력있는 마케터라면 딱 두 달이면 되고 이렇게 3년만 반복해도 전국 국화축제의 대명사로 떠오를 수 있다.

둘째. 눈에 보이지도 않는 형식적인 토끼장을 토끼, 양, 염소, 병아리들이 함께 뛰어노는 대형 지푸라기 놀이터로 꾸미자. 가족 관객과 어린이 단체를 축제의 메인타깃으로 삼아 이들을 만족시키고 국화 들녘을 돌아본 관객들의 마지막 코스로 동물친구들과 지푸라기 날리며 뒹굴어 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잘츠부르크하면 음악축제만 떠올리지만 정작 현지인들에게는 봄과 가을 중앙광장에서 펼쳐지는 ‘지푸라기 광장’이 더 유명하다. 어린이들에게도 재미있는 경험이지만, 평소에 자연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부모들의 아쉬움을 대리만족시켜 주는 효과가 크다.

마지막 한 가지는 서산국화축제를 입소문내기 위한 이슈성 국화조형물 개발이다. 현재도 국화로 멋을 낸 돼지, 나비, 식탁 등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들이 있지만, 이슈가 되기엔 부족함이 있다.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만든 화장실’이라거나 그 해에 화제가 됐던 시사인물의 얼굴을 국화로 재구성한 국화 흉상 등 한 번쯤 입소문 낼 법한 이슈성 조형물을 개발해 보면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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