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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근석 “제가 할리우드 못갈것 같습니까”
야심과 자신감, 솔직함, 그리고 주체 못할 장난기가 첫 마디부터 묻어났다.

“영화 잘 봤다, 여성 팬들에겐 선물이지만 남성 관객들에겐 공포 그 자체가 될 듯하다”는 짤막한 평에 장근석(24)은 “주변의 모든 여성이 펫(애완남)을 입양하려 할지도 모릅니다. 주의하세요, 계약하는 순간 지는 겁니다”라는 짐짓 경고조 농담으로 대꾸했다. 영화 ‘너는 펫’의 내용을 빗댄 말이다.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미국 배우 로건 레먼과의 대담 행사 ‘오픈 토크’에서 청중을 향해 “내가 할리우드 못 갈 것 같습니까”라고 반문했던 그다.

“신기하고 놀라워요. 정말 많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으니까요. 어딜 가도 호응해주니까 처음에는 마냥 신났죠. (부산 국제영화제 중) 해운대에서 기타치고 놀자 했던 것도 그냥 내가 좋아서일 뿐이었는데 팬들이 몰려들어 어떤 분은 돈통에 1000원짜리도 넣어주시던 걸요. 하지만 이제는 내가 했던 말이 다른 이에겐 상처를 줄 수 있는 상황이 되다 보니 신중해지게 돼요. 마냥 즐길 수만은 없게 됐어요.”

온ㆍ오프라인에서 엉뚱하고 거침없는 발언이나 개구쟁이 같은 발랄한 행동으로 한때 ‘허세’로도 불렸던 장근석. “연기나 전략이 아니라 나는 원래부터 그런 아이일 뿐”이라며 “아무리 까불까불 촐랑촐랑대도 그게 바로 나이고, 나만의 진심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잇따라 가진 공식 행사에선 이런저런 말 때문에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나는 무슨 말을 들어도 괜찮지만 타인에게 상처줄 때는 당황스럽더라”고 덧붙였다. 그 말을 할 때는 신 나게 바깥에서 놀다가 집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풀 죽은 소년 같다.

“스물넷이란 나이는 기고만장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나이죠. 20년 가까이 수많은 연예인을 봐왔고, 그중에선 어제 떴다가 오늘 사라진 별들도 있었어요. 절대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 스물넷, 좌충우돌 인생이에요. 실패도 하면서 나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장근석은 여섯 살 때 아동복 모델로 출발해 열 살부터 TV 드라마에 출연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근석은 “카메라 앞에 서는 게 꽤 재미있었던 것 같다”며 “어렸을 때 찍었던 의류 화보의 촬영장, 드라마의 스튜디오 구조까지 지금까지 다 기억날 정도로 즐기면서 했다”고 말했다.

장근석은 요새 ‘포스트 배용준’ 한류 스타로 꼽히며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8월엔 일본에서 처음으로 발매한 싱글 앨범( ‘Let me cry’)이 오리콘 차트 1위를 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만 25만장이 팔릴 정도로 대성공이었다. 일본 내 인기는 2009년 일본에서 방영된 TV 드라마 ‘미남이시네요’가 기폭제가 됐다. 

“중학교 때 아무로 나미에니, 하마사키 아유미, 스마프 등 일본 음악을 듣게 됐어요. 무슨 뜻인지 알아듣진 못해도 음악이 좋았죠. 유학(뉴질랜드) 중 일본 친구들도 있었고, 그쪽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들 대단한 거예요. 노래하는 사람들이 다들 영화나 TV 드라마 출연은 물론이고 뮤지컬, 연극 무대도 서는 게 아니겠어요? ‘와, 이 사람들 못하는 게 없구나.’ 영화 ‘착신아리 파이널’(2006년)에 출연하면서 일본에 처음 가봤는데 그들의 시스템을 보면서 ‘정말 여기 무서운 곳이구나’ 느꼈죠.”

장근석은 ‘미남이시네요’ 이전부터 꾸준히 일본 진출을 시도해왔다. 내로라하는 일본의 스타들처럼 노래와 연기를 같이했고, 출연작의 공식 행사뿐 아니라 개인적인 프로모션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처음에는 1300명이 모이던 팬미팅이 2000명이 되고 5000명이 되고 수만명으로 늘었다. 한류 스타로서도 선배인 류시원에게 이것저것 많이 조언을 구했다. 앞으로도 양국에서의 활동을 병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포부를 드러냈다.

“일본도 중요하지만 지금 저는 어리기 때문에 (한 발) 더 나가고 싶어요. 현재는 중국을 보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데뷔 싱글 앨범을 냈어요. 학교(한양대)에서 2년 전 축제 기획위원장을 하면서 만난 친구와 함께 ‘팀 H’라는 이름으로 ‘라운지 H’라는 제목의 앨범을 냈죠. H는 학교 이니셜이에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너는 펫’은 능력 좋은 전문직 독신 여성이 연하의 청년을 우연히 집에 들여 ‘애완동물’처럼 함께 지내다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로맨틱코미디다. 김하늘이 자존심 강하고 업무 처리도 철저하지만 여린 속내를 가진 패션에디터 ‘은이’ 역을 맡았고, 장근석은 친구 누나인 그녀에게 얹혀살면서 ‘애완남’이 되기로 계약한 뮤지컬 안무가 ‘민호’를 연기했다.

“이번 작품으로 남자 팬들과는 더 멀어질 것 같다고 했더니 하늘이 누나가 대뜸 ‘내가 남자들한테 호감이니까 괜찮다’고 하던데요. 나이 들어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역할이니까 시나리오를 남에게 뺏기기 싫었어요. 남성 관객들은 이해 못해도 지금 나이에 하니까 여성 팬들이 좋아해주시는 거지, 만약 서른 넘어 ‘나는 펫’ 하면 어떨까요?”

장근석은 “지금 내 나이에 즐겨야 할 것은 따로 있는 것 같다”면서 “너무 빨리 서두르진 않겠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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