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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재 "뜸하다고요? 영화도 찍고 있고 아트에도 꽂혀"
배우 이정재(39)에게도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있다. 어느새 마흔이다. 드라마 ‘모래시계’, 영화 ’정사’ ’태양은 없다’에서 그가 비장감 넘치는 남성미와 모던한 매력을 보여준 후, 이 땅엔 꽃미남 배우들이 수없이 명멸했다. 당연히 그는 요즘 좀 ’뜸한 스타’가 됐다. 물론 해마다 약 한 편 꼴로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긴 하나 웬지 격조하다. 지난해 임상수 감독의 리메이크작인 ‘하녀’에서 모든 걸 갖춘 위악적인 인물 ’훈’으로 분해 신랄한 퇴폐미를 선보였던 그는 요즘 영화 ‘도둑들’을 촬영 중이다. 그리곤 아트, 특히 현대미술에 꽂혀 있다. 최근엔 예술적으로 가장 ‘핫(hot)한 도시’인 런던으로 ‘아트투어’도 다녀왔다.

-얼마 전 런던 시내를 누비는 당신을 봤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촬영이 비는 틈을 타 2박3일 일정으로 최근 영국 런던을 다녀왔다. 전세계 170개 유명 갤러리가 수천점의 미술품을 쏟아놓는 ‘프리즈(Frieze) 아트페어’를 진종일 훑었다. 재기발랄하고 색다른 작품들이 많았다. 템즈강변에 있는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게르하르트 리히터’전도 보았는데 정말 황홀하고 압도적이었다. 구상에서 추상까지 리히터 작업의 파워풀한 변화과정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또 데미안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등 쟁쟁한 작가를 보유해 요즘 썩 잘 나가는 화랑인 ‘화이트 큐브(White Cube) 1,2,3’도 모두 가봤다. 런던 도심의 Hoxton Square와 Mason‘s Yard 갤러리에 이어, 이번 프리즈 기간 중 문을 연 ‘화이트 큐브 버먼지(Bermondsey)’는 라디오 타임즈의 운송센터 창고를 개조해 규모며 시설이 정말 대단했다. 아, 그런데 짧은 시간에 돌아다니느라 사흘동안 택시비로만 40만원을 썼다. 런던 물가, 엄청나더라!



-프리즈에서 아트 컬렉터인 브래드 피트, 휴 그랜트는 못 만났나?
▷아쉽게도 그런 거물은 못 봤다. 남다른 감각을 지닌 아트 컬렉터와 딜러들은 무수히 볼 수 있었지만...브래드 피트 같은 톱스타는 아트바젤처럼 더 큰 페어에 자가용비행기를 타고 등장한다던데? 그러니 나와는 ’급’이 다르다. 난 그저 조촐한 미술팬일 뿐이다.

-요즘 한국 스타들도 자신의 이미지를 고상하게 하려고 미술에 관심이 많다.
▷스타 뿐이 아니라 대중들도 날로 미술을 즐기는 추세다. 미술관과 화랑, 아트페어에 관객이 부쩍 늘었다. 반가운 현상이다. 그런데 자신을 메이크업하기 위해 슬쩍 시늉만 하는 건 오래 못간다. 그런 건 금방 표가 난다.

-그동안 컬렉션도 좀 했는지?
▷더러 산다. 7년 전인가 주위 분위기 때문에 한두 작품을 구입한 후론 이따금 사고 있다. 비싼 건 못사지만 참신한 작품을 보면 눈을 감아도 자꾸 떠오른다. 한번은 빈 공간을 둘러보는 남성 둘을 그린 박진아(37) 작가의 과슈 연작을 샀는데 “무슨 그림이 이래?”라는 반응이 많았다. 예쁜 꽃그림이 아니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런데 그 작가 작품, 요즘 인기 최고다. 없어서 못 산단고 들었다. 이번에 프리즈에서도 Andrew Grassie란 작가의 노트만한 소품 2점을 샀다. 역시 좀 난해한 작품이다. 그런데 난 참 좋았다.

-당신은 배우로서 흥미로운 필모그래피를 남겼다. ‘모래 시계’ ‘태양은 없다’, ‘정사’처럼 그 나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강렬한 역을 소화했다. 모던하고 섹슈얼한 매력, 눈부셨다. 근데 요즘은 활동이 좀 부진하다.
▷‘왜 안 나오느냐’고 많이들 묻는다. “이정재의 시대가 갔다”고 하는데 그 건 너무 당연한 거다. 젊은 주역이 매일 매일 새로 등장하는데...근데 나도 활동 중이다. ’하녀’에 이어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을 촬영 중이다. 뽀빠이역인데 내년 여름 개봉이다.

-요즘은 연기자가 연기활동 외에 사회에 공헌하는 게 유행이다. 차인표-신아래, 김장훈, 션-정혜영 부부 등등.
▷나도 동의한다. 그렇게 스타들이 저마다 좋아하는 것, 각자 추구하는 걸 펼쳐가며 대중과 가깝게 호흡한다면 좋을 것같다. 단 획일하게는 말고, 각자 이상과 취향대로 말이다. 근데 시시콜콜한 것까지 죄다 드러내는 건 난 별로다.

-당신은 매우 스타일리시한 배우로 각인돼 있다. 양복 정장, 즉 수트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걸로 정평이 나있다.
▷고마운 평인데 그 점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때가 많다. 한쪽으로 고정된 이미지를 주니까. 때론 안타깝지만 할 수 없다. 멋내는 걸 태생적으로 좋아하니...세련되고 절제된 미감을 추구하려 노력한다. 또 멋진 작품을 봤을 때도 무척 설렌다. 그런 것들에 내 가슴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곱씹어 보곤 한다. 그런 설렘과 느낌이 살아가는데도 적잖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웬지 엥겔지수는 낮아도 ‘피복비’ 지출이 엄청 날 것 같다.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 근데 옷이나 그런 쪽 지출은 의외로 많지 않은 편이다. 일년에 셔츠, 수트, 구두 합쳐 10피스쯤 살까? 무진장 많이 살 것같지만 집에다 물건 쌓아놓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씨가 일 때문에 구해주는 옷은 어디까지나 촬영용일 뿐이다. 내 건 내 안목대로 따로 장만한다. 잠시 협찬받은 것과 내 것이 어물어물 뒤섞이는 건 싫다.

-좋아하는 패션브랜드는?
▷랑방, 디올 옴므, 입센로랑을 좋아한다. 하지만 너무 비싸 거의 안(못)산다. 좋아한다고 모두 가질 필요가 있나? 난 물건 욕심은 별로 없는 편이다.

-지금 입은 수트며 구두도 멋지다. 어디 브랜드인가?
▷이 옷은 일본에 촬영 갔다가 눈에 띄어 장만했다. 일본 패션디자이너 수트다. 전체적으로 심플하면서도 팔에 살짝 스티치가 들어간 게 일본식 감성을 보여주지 않나? 값은 120만원쯤? 즐겨 입는 옷이다. 또 지금 입은 셔츠도 내가 애용하는 베이직한 스타일이다.

-아파트를 공개한 사진을 봤는데 엄청 미니멀하더라.
▷집안 꾸미기도 좋아한다. 단순 명료함을 추구하는 편이다. 거기에 좋은 작품을 걸면 금상첨화겠지.

-연예계에서 ’안목’하면 세 손가락 안에 들던데
▷과찬이다. 호기심이 많아 멋진 곳을 찾아다니길 좋아하는 정도? 가구며 음식, 와인도 좋아한다.

-거실엔 어떤 그림이 걸려 있나?
▷캔디다 회퍼(67)라는 독일 사진작가가 궁전 내부를 와이드하게 찍은 사진이다. 고즈넉함이 뿜어져나오는 작품이다.



-당신은 ‘침묵리우스’로 알려져 있다.
▷남들이 그렇게 부른다. 헌데 엉뚱발랄한 면도 있다. 정보석, 이순재 선배처럼 좀 뚱딴지같은 역을 해보고 싶은 것도 그 때문이다.

-절친 정우성과는 나란히 그림의 모델이 되기도 했던데
▷아, 강강훈이란 극사실 화가의 ‘모던보이’시리즈에 둘이 모델이 된 적이 있다. 코믹한 포즈를 취했는데 즐거운 작업이었다. 정우성과는 굳이 말을 안해도 이신전심 마음으로 느끼는 오랜 친구다. 잘 지내 좋긴 한데...(이하 말 없음)

-일이 없을 땐 무얼 하나
▷쉴 때는 여기저기 잘 돌아다닌다. 집(청담동 아파트) 근처 가까운 곳은 걸어다니고, 매니저 없이 뚝딱 일 처리도 하곤 한다. 시간이 좀 나면 그림 보러 다닌다. 해외촬영 갔을 때도 미술관은 꼭 들린다. 작년에 ’하녀’로 칸 국제영화제에 갔을 때도 니스 공항에서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 회고전이 열린다는 광고고판을 보고 임상수 감독과 하루 짬을 내서 모나코에 다녀왔다. 정말 어마어마하더라.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 시리즈 등 수조작업과 페인팅 조각 등이 모두 망라돼 그의 역량을 읽을 수 있었다. 파리에 촬영차 갔을 때 본 장 미쉘 바스키아 작품전도 잊을 수 없다. 사실 내 학창시절 꿈은 디자이너(아티스트)였다. 연극영화과(동국대)를 다녔지만.

-연기 이외에 사업에도 관심이 있던데.
▷많은 사람들이 배우가 ’사업은 왜?’라고 하나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작품을 위해 늘 준비하지만 1년에 한 작품 하기 힘들 때도 간혹 있다. 그렇다고 마냥 놀 순 없지 않나. 난 능력이 된다면 배우가 사업하는 것, 나쁘게 보지 않는다.

-디벨로퍼(부동산 개발가)로 변신했다는 소식도 있다.
▷서울 삼성동 한전 뒷쪽에 한동(총19세대)짜리 고층빌라를 짓고 있다. 평소 친분이 있던 디벨로퍼들과 일하고 있다. 신 개념의 문화주택을 컨셉으로, 주민 공동의 시설(음악실, 갤러리, 수장고)을 만들고 공연, 레스토랑 예약과 피트니스도 개별적으로 연결해주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완공은 내후년 봄이다.

-주택사업 때문에 (필리핀에) 동행했다고 해명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임세령 씨와의 스캔들에 관심이 많다.
▷특별한 관계라면 그렇게 같은 비행기 타고 갔겠는가. 헤어진 연인 김민희의 소개로 임세령 씨를 처음 만나 정우성, 엄정화 등과 함께 수년째 어울려왔다. 요즘도 임씨를 정우성 엄정화 이혜영과 이따금 본다. 어서 여자친구 생겼으면 좋겠는데 참 억지로 안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도둑들’이 잘 됐으면 좋겠고, ’하녀’의 임상수감독과 영화 한 편 더 하기로 해서 기대하고 있다. 배우로선 지금 보다 표현력이 더 풍부해지고, 임팩트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어떤 스타로 남고 싶나.
▷나이 들어갈 수록 은근함을 풍기는 배우? 내 안의 예상치 못했던 부분, 그 무엇을 조금씩 끌어내 보여드리고 싶다. 그게 캐릭터와 새로운 접점을 이뤄 신선한 매력을 뿜어냈으면 참 좋겠다. 그 꿈을 이루고 싶다. <사진 하단은 Andrew Grassie의 작품>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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