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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황해도 괜찮아, 청춘이니까…”
대학가 청년멘토링 강연 1년…법륜스님이 던지는 행복 메시지
진로·취업·사랑·가족갈등…

이시대 청년들의 아픔·고뇌

즉문즉답으로 명쾌히 설명


수백명들 복도까지 빼곡히

연세대 학생들 뭉클한 감동

“여러분, ‘일어나야지’하는 생각은 언제 들죠? 누워있을 때 들죠? 일어나면 그 생각이 드나요? 안 들죠? ‘일어나야지’ 하면 잠도 안 와요. 잠이라도 자야죠. (청중 웃음) ‘일어나야지’ 되뇌지 말고 그냥 일어나세요.”

‘청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라는 말은 2011년 대한민국에는 통용되지 않는다. 야망의 하늘을 바늘구멍으로 만든 거짓말쟁이 위정자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그래서 형이나 삼촌 같은 어조로 청년을 위로하고 고민을 들어주는 카운슬러가 정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청년층에 급속히 퍼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안철수의 청춘콘서트가 그랬고,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그랬다. 법륜 스님은 그들의 한을 경청하고 풀어주는 행복상담사였다. 즉문즉답식 그의 청년멘토링, ‘방황해도 괜찮아’는 3일 연세대 강연으로 꼭 1년을 맞았다. 청춘콘서트보다 5개월 빨랐다. 11일에는 포항공대를 찾아간다. 늦잠을 고민하는 학생에게 전한 ‘벌떡 일어나야만 하는 이유’에는 되뇔수록 깊은 진리가 숨어 있다.

400석가량의 법학관 강당은 빈 좌석이 없고 서거나 복도에 책을 깔고 앉을 정도로 꽉차, 오늘의 청년이 희망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 잘 보여준다. 연단에 오른 그는 이렇게 시작했다.

“성경ㆍ불경 읽고 교훈 얻지요. 경전은 당대 사람의 고민에 관한 얘기였지요. 2000년 넘은 얘기 꺼낼 것 없이 여러분과 내가 묻고 답하는 것, 이게 경전입니다. 자, 합시다.” 

‘치유와 행복, 그리고 평화의 길 안내자’로 불리는 법륜 스님이 3일에도 산중에 있기를 거부한 채 연세대 법학관에서 대학생과 만나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법륜 스님과 문답하는 사이 학생들은 설움에 울고 통쾌한 해법에 깔깔댔다.                                                          [사진=미래재단]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10여명이 줄을 섰고, 진로ㆍ취업ㆍ사랑ㆍ가족갈등 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진로에 대한 그의 답이다. “나경원 의원이 당선되고 싶었을까요, 아닐까요. 당선되고 싶었겠죠? 안됐죠. 세상에 내가 원하는대로 안되는 게 많아요. 안되면 포기하고 다른 일 찾으세요. 교사가 되기 어렵다면 회사에 들어가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거든요. 하고싶은 것은 어느 영역에서든 늘 작용하게 돼 있어요. 무리한 도전은 중독을 일으킵니다.”

한 졸업반 남학생이 “나보다 못한 것 같은 친구는 붙는데, 나는 늘 떨어진다”고 했다. “억울하다는 건 내 생각이지 채용은 그들의 몫이니 그들 마음에 들면 돼요. 섭섭한 마음을 없앨 수는 없지만 자학은 마세요. 나도 다른 연사가 나보다 더 박수받으면 섭섭하지요.”

이 남학생은 “스님도 박수 덜 받으면 나와 마음이 비슷한 거냐”고 묻고, 법륜 스님이 “그렇다”고 답하자 고민이 해소된 듯 활짝 웃으며 질문석을 떠났다.

법륜 스님은 “의식주 책임 못지면 성년이 아니며, 이는 생물의 생명본능”이라고 했다. 그는 “사법연수원생이 과외를 받는 안타까운 세태”라면서 “성년이 됐음에도 부모님께 빚지고 있다는 마음, ‘5리를 가자’ 하면 ‘10리를 가겠다’는 자세를 가지면 모든 상황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애에 대해서는 “산이 좋아 가는데, 산이 날 좋다 하느냐. 그냥 열심히 사랑하라”고 했고, 좌절에 대해서는 “골 들어가도 던지고, 안 들어가도 던지는 ‘연습’처럼 편하게 인생을 살고 좌절의 근원인 욕심을 버리면 실패란 없다”고 충고했다.

어떤 남학생은 속내를 꺼내놓은 것만으로도 기뻐했고, 어떤 여학생은 펑펑 울다 키득 웃기도 했다. 따끔한 충고에 서운해했다가 자리로 돌아와 상념에 잠긴 학생도 있었다. ‘집에 가면 또 잊을지도 모른다’며 메모한 것을 몇 번 뇌까리는 젊은이도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청춘이었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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