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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거 먹어봤니? ‘구운 와인에 초콜렛 피자’
입안에서 시원하게 터지는 스파클링 와인은 식사 전후로 입가심을 하기에 더없이 좋다. 해산물이 전채요리로 나온다면 화이트 와인이 먼저 떠오르고 잘 구워진 양고기 스테이크엔 레드와인이 제격이다. 와인에도 그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음식이 있는 법, 특히 구운 와인처럼 깊고 달콤한 와인으로 식감이 상승했다면 무턱대고 짭조름한 치즈 한 조각을 베어물기엔 서운하다. 그렇다면 여기다.

서울 강남 압구정동의 을지병원 사거리, 무수한 빌딩숲을 가로지르며 걷다보면 문득 넓직한 거리 사이로 ‘와인북카페’라는 상호가 눈에 띈다. 초가을의 날씨라면 테라스의 자리를 탐했겠지만 밤공기가 제법 싸늘해지니 카페 문을 여는 손길이 분주해진다.

눈길이 닿는 곳곳이 빈티지 소품의 천국인 ‘와인북카페’, 고개 들어 정면을 올려다보면 런던의 기차역에 있어야 마땅한 동그란 시계 장식이 눈에 띄고, 벽면 가득 메운 와인 관련 원서와 만화책, 가끔 ‘구성진 가락을 울린다’는 낡은 축음기와 갖은 소품들은 물론 화려한 색상으로 칠해진 그림 모두 완벽한 인테리어가 된다. 

[사진=www.wineok.com]


오픈 4년,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 곳 ‘와인북카페’에는 다양한 와인과 그에 어울리는 음식이 즐비하고 ‘북카페’라는 이름에 맞게 와인과 관련한 책도 비치되어 있어 이 곳을 찾는 고객들에겐 별천지다.

나라와 품종을 불문하고 무려 700여가지의 와인리스트를 제공하는 ‘와인북카페’는 특히 몇 가지 코스요리도 일품이지만 워낙에 해박한 와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장님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특별한 메뉴도 눈에 띈다. 이 메뉴는 환절기 감기를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초특급 약효를 전해줄 와인과 최고 궁합을 자랑한다.



와인명 NV 테레 디 산 지네시오 피체넘(TERRE DI SAN GINESIO PICENVM), 달콤한 과일즙에 스며든 알콜향이 은근한 이 와인은 초보자들도 즐겁게 마실 만한 종류다.

이태리 피렌체에서 날아온 이 와인은 보통의 와인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태어난다. 비노 꼬또(VINO COTTO), 즉 구운 와인이다.

보통 10월 중순경 수확된 몬테풀치아노와 산지오베제로 만들어지는 비노 꼬또는 포도즙의 양이 60% 정도로 줄 때까지 알맞은 온도에서 끓인 후 발효시킨다. 이탈리아의 귀족들은 자신들의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들로 개성있는 비노꼬또를 만들어 즐겨왔지만 이탈리아의 포도주 개혁이 시작되자 밀주로 분리돼 생산 판매가 금지된 것이 비노꼬또의 아픈 역사다.

하지만 비노꼬또의 전통을 지키려는 소수 생산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몰래 생산, 결국 2000년 정부는 비노꼬또의 생산 판매 허가를 내주게 됐다. 덕분에 구운 와인은 감기 환자들에겐 특효라는 이름으로 전세계 곳곳에서 사랑을 받게 됐다.

이 구운 와인에 곁들일 디저트의 개발은 바로 ‘와인북카페’의 유경종 대표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물론 어떤 종류의 디저트에도 완벽하게 매치될 만큼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지만 유 대표는 구운 와인에는 ‘초코렛 피자’가 어울릴 것이라는 ‘기막힌 매칭’을 떠올렸다.

거대 체인을 비롯해 우후죽순 수많은 피자 체인들이 쏟아지지만 어느 한 곳에서도 ‘초콜렛 피자’를 주력상품으로 내걸지는 않는다. 그 초콜렛 피자가 와인북카페에서는 구운 와인을 위한 완벽한 파트너로 등장한 것이다. 거기에는 유 대표의 뜻을 순순히 받아들여 수차례 연구를 거듭한 와인북카페 쉐프의 노력도 한 몫 했다.

얄팍한 도우 위에 달달한 초콜렛이 메워진 초콜렛 피자는 생각만큼 근사한 모양새는 아니다. 하지만 그 맛은 상상 이상, 초콜렛 피자를 살짝 물고 깔끔한 뒷맛의 비노 꼬또를 한 모금 마시니 입안 가득 별나라가 따로 없다. 단, 와인에 약하다면 달차근한 구운 와인에 너무 욕심을 내지는 말자. 취기가 금세 오른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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