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가인하 땐 여력없다” 제약사들 R&D라인 재배치
약가 일괄인하 입안예고

내년 약가 일괄인하 방안에 대한 수정요구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자 제약사들이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 선별에 나섰다. 정부 정책의도와는 정반대로 흐르는 셈이다.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내년 약가인하에 대비해 제약사들이 자금사정에 맞춰 R&D라인을 재배치에 들어갔다. 정부가 업계 요청을 외면하고 끝내 일괄인하 고시에 대한 행정예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10위권 이내 대형 제약사들의 경우 내년부터 평균 매출액이 1000억원 가량 줄어드는 형편에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회사 별로 R&D 파이프라인을 재조정, 약물탐색 단계에 있는 품목은 포기하고 개발이 진전된 품목에만 역량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품목 구조조정, 인적 구조조정 검토를 마친데 이은 구조조정 완결편으로 풀이된다.

최근 신약을 발표한 한 제약사 대표는 “약가 일괄인하 조치는 R&D를 여러 갈래로 진행하는 대형 제약사들에는 곤혹스런 일”이라며 “많은 돈이 들어가는 R&D사업이 제일 먼저 타격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제약사 임원도 “제약사들이 20여년 신약개발을 위해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역량을 축적, 이제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단계인데 약가인하는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라며 “핵심적인 R&D사업 빼고는 초기단계 품목들은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약제비 절감을 위해 내년 1월 시행 방침의 새로운 약가인하 고시가 행정예고된 가운데 1일 종근당 효종연구소에서 직원들이 연구개발(R&D)에 열중하고 있다.


약가인하 정책목표 중 하나인 R&D 장려와 배치되는 방향으로 흐르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책실패로 인한 시장실패까지 유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년 4월부터 1월 이전에 등재된 복제약 값을 일시에 53.55%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을 골자로 한 ‘8.12 약가 일괄인하조치’는 건강보험재정 건전화 외에도 제약산업 대형화 및 R&D 활성화를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즉, 손쉬운 복제약 제조와 판매로 먹고 사는 중소형 제약사를 줄여 대형화를 유도하고 적극적인 R&D를 통해 세계적인 제약업체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약가 일괄인하는 정부 의도와 다르게 R&D에 집중하고 있는 우량업체에 큰 타격 줄 수 있으며 업계에서는 이 부분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정책실패와 시장실패가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8.12조치와 관련 제약사들은 3개월 가까이 읍소와 시위 등 실력행사에 이은 1일 생산중단과 법적대응이라는 협박수단도 동원, 정부에 대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이날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일괄 약가인하 고시를 행정예고했다.

제약협회는 이에 대해 “법적 대응을 통해 제약업계 요구의 정당성을 입증하겠다”며 “정책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대국민 서명운동과 총궐기대회, 공장 생산 중단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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