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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조학국 법무법인 광장 고문] 유연함의 딜레마

  • 기사입력 2011-10-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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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수는 ‘진정성’을 ‘너와 나를 이어주는 인간관계의 원리’라고 정의했다. 요즘 ‘진정성’이 여러 분야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입점업체 판매수수료 인하 문제를 둘러싸고 벌이는 백화점과 공정위 간의 기싸움도 진정성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어느 후보는 자기가 걸어온 삶의 ‘진정성’을 평가받고 싶다고 한다.
지난달 26일 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줘야 6자회담이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10월 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미국이 일방적인 전제조건을 고집하는 것은 대화에 대한 그들의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근 개성공단을 다녀온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개성공단 문제를 출발로 해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주목할 것”이라며 정부의 ‘엄격한 상호주의’를 ‘유연한 상호주의’로 전환하도록 정부에 적극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통일부 자료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의 하나로 ‘원칙에는 철저하되, 유연한 방식으로 접근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원칙만을 고수할 경우 남북관계의 불안과 긴장, 북한 동포의 고난이 우리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유연성 있는 정책 추진 시 직면할 딜레마다. 예컨대 대북 지원과 교류에서 유연성을 발휘하려 할 때, 우리는 북한 당국의 여러 요구에 직면할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이유에서건 우리 정부가 그 요구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없거나, 우리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그래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일 경우 문제가 된다.
북한은 체제 특성상 다른 나라, 특히 한국이 그 체제에 접근하는 것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비록 그것이 북한 주민을 위한 지원 사업이라 하더라도 체제 접근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기도 한다.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잘못하면 거꾸로 우리 사회 내부의 이념 논쟁과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 체제의 특수성에서 오는 딜레마다.
지난 10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보편적 인도주의와 동포애 차원에서 인도적 지원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연재해 같은 위기적 상황에서의 인도적 지원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잘못된 제도와 정책으로 초래된 재난이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은 그것이 장기화할 경우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잘못된 정책과 제도가 유지되도록 도와주는 결과가 된다. ‘사마리아인의 딜레마’다. 인도적 지원과 북한의 변화를 추구하는 개발 지원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지 하는 문제가 있다.
5ㆍ24 남북경협 축소ㆍ중단 조치 이후 남북 간 일반물자교역, 위탁가공교역은 거의 모두 중단되고, 개성공단 사업도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양국 간 무역규모가 지난해 32% 증가한 데 이어 금년 1~5월 중에는 전년 동기 대비 99.6% 늘어났다. 중국의 대북투자도 본격화할 조짐이다.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국제관계의 딜레마다.
이러한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답은 없고 선택만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정책 선택을 위한 사회적 합의다. 그 합의는 진정성과 동포애에 바탕을 둬야 한다. 먼저 실상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정확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실증적인 증거와 논리를 갖고 충분히 토론, 정책 목표와 수단을 명확히 해야 한다.
삶의 ‘진정성’을 숙명처럼 추구하는 작가들이 ‘문인 42명이 그린 자화상’이라는 부제의 책에 ‘나는 가짜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스스로 자성하며 내면을 드러내는 작가들의 고백이 새삼 우리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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